- 시민 자율에 맡기다보니
- 정보 부족·비용부담 꺼려
- 소방 “2022년까지 85%”

지난달 30일 오전 11시 부산 수영구 광안동 빌라건물에서 경보음이 울렸다. 입주민이 소리를 따라가 보니 발원지는 바로 2층 장모(80) 씨의 집. 난데없는 경보음에 놀란 이웃은 급히 119에 신고했다. 출동한 소방관이 발견한 것은 연기로 자욱한 실내. 원인은 가스레인지 위 냄비였다. 장 씨가 국을 데우려고 가스불을 켠 채 경로당에 간 것이었다.

비슷한 사고는 같은 달 10일에도 발생했다. 이날 밤 9시20분 동구 좌천동 주택에서 화재신고가 접수됐다. 불이 난 곳은 낮에만 운영되는 작업실이었다. 늦은 저녁 시끄럽게 울리는 경보기 소리를 들은 이웃은 신고 후 마당 앞 수돗물을 틀어 직접 불을 진화했다. 소방관이 도착했을 땐 잔불만 남아 있었다. 다리미 과열로 집 전체를 날릴 수도 있었지만, 경보기 덕분에 초기에 빠른 대응을 할 수 있었다. 아무도 없는 실내에서 난 불을 알려줄 경보기가 없었다면 충북 제천과 경남 밀양 참사처럼 큰불로 번질 가능성이 있었다.

이처럼 화재경보기가 큰불을 막을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올랐다. 단독형 화재경보기는 별도 전기선 연결 없이 내부 배터리로 10년 동안 화재감지 후 벨을 울린다. 비싼 비용을 들이지 않고 주택 거실이나 천장, 부엌 등에 간단히 설치할 수 있다. 화재가 발생하면 경보 시설의 여부에 따라 피해의 경중도 달라진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아파트처럼 화재경보기가 설치된 곳에서 발생한 부산지역 화재 827건 중에 사망자는 6명으로 화재 1건당 사망자 비율은 0.7%였다.

반면 화재경보기가 설치되지 않은 단독주택은 같은 기간 1246건 중 3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사망자 발생률은 2.4%로 경보기를 설치한 곳보다 3배가 높았다. 2011년 개정된 소방시설법을 보면 2012년 2월 이후 새롭게 지은 주택은 의무적으로 경보기와 소화기 등 소방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기존 주택도 2017년 2월 4일까지 소방시설을 갖춰야 한다. 문제는 주택관리자들이 설치 의무를 모르거나 비용 부담을 꺼리기 때문에 발생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부산지역 주택용 소방시설 보급률은 40.8%에 그쳤다.

단독형 경보기와 소화기를 모두 갖춘다고 해도 총비용은 3만 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홀몸노인이나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등 취약계층은 이마저도 부담스러워 한다. 부산시소방안전본부 관계자는 “주택용 소방시설 미설치를 제재할 처벌 규정이 없다. 주택소유자가 자율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2022년까지 주택 소방시설 설치율을 85%까지 높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봉기 기자 superche@kookje.co.kr

◇ 부산지역 최근 3년 화재경보시설 유무에 따른 사망자 발생 현황   연도 화재건수(건) 사망자수(명) 화재 1건당 사망자 발생비율(%) 아파트 (경보 시설  있음) 2015년 238 2 0.8 2016년 268 3 1.1 2017년 321 1 0.3 계 827 6 0.7 단독주택 (경보 시설 없음) 2015년 376 11 2.9 2016년 410 9 2.2 2017년 460 10 2.2 계 1246 30 2.4 ※자료 : 부산시 소방안전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