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그림책은 ‘인문학 집합체’
- 그림 충분히 보여주며 흥미끌고
- 직접 읽어주며 사고력 배양해야

- 어른 입장서 책읽기 강요는 폭력
- 어린이 다양한 해석 받아들이고
- 독후 활동 욕심보단 믿고 맡겨야

독서교육. 무엇보다 중요한 지 잘 알고 있지만 동시에 무엇보다 잘하기 어려운 분야이기도 하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 아이들 주변에는 책이 아니더라도 TV 스마트폰 컴퓨터 등 흥미를 끄는 것이 넘치게 많다. 이렇다 보니 부모들은 아이들이 책을 집어 들게하는 것부터 어렵다고 토로한다. 어떤 책을 골라야 할 지, 책을 읽은 후 독후 활동은 어떻게 해야 할지도 고민스럽긴 마찬가지다.

‘책읽어 주는 선생님’으로 불리는 독서교육 전문가 조의래 경남도교육청 장학사로부터 독서 교육의 필요성과 방법을 들어봤다. 조 장학사는 20여 년 동안 현직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했으며 전국 학교도서관 담당교사 모임 대표 등을 맡고 있다. 그는 지난달 29일 부산시교육연구정보원 대강당에서 ‘책 읽어주는 학부모, 책으로 자라는 유아’를 주제로 강의했다.

	지난달 부산시교육연구정보원 대강당에서 열린 ‘책 읽어주는 학부모’ 강연에서 경남도교육청 조의래 장학사가 학부모들에게 효과적인 독서교육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부산시교육청 제공

■문·사·철 집합체, ‘그림책’

“부모들은 내 새끼가 책을 많이 읽었으면 합니다. 선생님도 자기 제자가 책을 많이 읽기 바라는 건 마찬가지에요. 하지만 둘 다 어른이잖아요. 그러니 어른 입장만 주장하는데, 사실 아이들 입장에서 책은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요즘은 컴퓨터 하다가 엄마가 들어오면 모니터 빛에 책 읽는 척 하는 시대에요. 이런 아이들에게 일방적으로 ‘너는 맨날천날 컴퓨터만 들여다 보냐’고 화낸다면 그게 바로 폭력인거죠.”

조 장학사는 아이들이 책을 집어들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 어른이 읽을 것을 권했다. 아이에게 어른은 세상을 향해있는 창문이므로 책 읽는 어른의 모습은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생활에 전이된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어른들도 아이들의 책을 읽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들의 책에는 아이들의 세상이 그대로 녹아있기 때문이다. 특히 조 장학사는 ‘그림책’이야 말로 인문학의 집합체라고 했다. 내용은 물론이고 단순히 글의 보조수단으로만 쓰이던 그림(일러스트레이션)이 하나의 장르로 자리잡으면서 아이들에 국한됐던 독자층이 부모들에게까지 확대됐다는 것. 따라서 아이들에게 의미가 있는 책인 동시에 부모에게도 의미를 주는 그림책이 많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특히 그림책은 그림과 글이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는 만큼 아이들에게 ‘읽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장학사는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마음은 배고픈 아이에게 수유를 하는 마음과 같다”고 말했다.

“아이에게 직접 책을 읽으라고 주면 글을 보겠죠. 하지만 누군가가 읽어주면 아이는 그림을 보게 됩니다. 그림책의 주인은 그림이잖아요. 아이들이 같은 책을 여러 번 들고오는 경험 해보셨죠? 이때는 백 번이라도 읽어주어야 합니다. 익숙함 속에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어떻게 읽어줄 것인가

조 장학사는 책 읽어주기 방법으로 우선 그림을 충분히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여러 명에게 읽어줄 경우엔 다 읽고 나서 간절히 원하는 친구에게 책을 빌려주거나 표지가 잘 보이게 창틀 등에 세워두고 아이들이 언제든지 다시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읽어주는 사람이 재미있어 하지 않는다면 아이들 역시 감동을 받지 못한다. 공감을 위해선 책을 읽으면서 눈을 맞추는 것도 필수적이다.

부모들은 책을 읽어주는 것에만 급급해 아이가 중간에 질문을 하거나 조금만 책 내용에서 벗어나는 이야기를 해도 못하게 하거나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흐름이 끊기면 아이가 책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 걱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림책을 읽어주는 도중에 가끔은 아이들과 책 내용이나 그림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다는 것이 조 장학사의 생각이다. 아이들은 그림 속에서 새롭게 발견한 것, 공감가는 내용을 곧바로 표현하고 확인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해석을 받아들이는 노력도 필요하다. 작가의 관점이나 의도를 교사나 부모가 나름대로 해석해 아이들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감동받는 기쁨을 빼앗는 행동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조 장학사는 무엇보다 ‘독후 활동에 욕심내지 마라’고 조언한다. 그는 “책 읽기에 싫증을 느끼는 아이들을 관찰해보면 그동안 해 온 많은 독후 활동에 원인이 있는 경우가 많았다. 좋은 책 읽히려다 책과 멀어지게 만든 경우”라고 말했다. 특히 그림책을 읽어주고자 한다면 독후 활동은 삼가하는 것이 좋으며, 아이들이 책과 충분히 친해지고 난 후에 독후 활동을 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읽고 나서 책을 다 소화했는지 확인하기 보다는 아이를 믿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장학사는 독서교육은 반찬을 만드는 것과 같다고 했다. 반찬 만드는 과정을 되짚어보면 좋은 독서교육을 위한 지혜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엄마들은 아이들 반찬 하나를 권하기 위해 고르고 씻고 요리하고 맛을 보는 것은 당연하게 여깁니다. 그렇다면 매년 쏟아지는 수천 권의 새 책 중에서 고르고 골라서 맛을 본 후에 권하고 있을까요? 아이에게 책을 권하는 매개자인 부모는 반드시 책을 먼저 맛보아야 합니다. 그래야 아이들의 입맛에 맞는 책을 읽힐 수 있으니까요.”


◇조의래 장학사가 제안하는 행복한 책 읽기와 독후 활동

1. 그림을 충분히 보여줘라

2. 읽는 사람이 감동해야 한다

3. 눈 맞추며 교감하라

4. 책으로 소통하라

5. 실감나고 생동감 있게 읽어줘라

6. 수준에 맞는 책을 골라라

7. 작가를 친근한 존재로 만들어라

8. 다양한 해석을 받아들여라

9. 독후 활동에 욕심내지 마라

하송이 기자 songya@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