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용시기 늦추고 시험 자체시행
- 재단법인 이사·교직원 등 연루

부산시교육청은 4일 재단 이사장의 손자를 교사로 채용하기 위해 각종 비리를 저지른 의혹을 받는 A법인 소속 B고를 경찰에 수사의뢰했다고 밝혔다.

교육청의 감사 결과를 보면 B고는 2015년 12월 역사 국어 수학 과목 교사를 채용하는 과정에서 이사장의 손자인 C 씨를 역사 교사로 채용하기 위해 평가관리위원을 법인 이사와 학교 교직원 등 내부자로만 구성했다. 이들은 모두 C 씨가 이사장 손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평가관리위원을 구성할 때 외부인 참여는 권고 사항이다.

또 출제위원에게 출제부터 감독, 채점까지 모두 맡겨 답안지가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모두 주관식이었다. 또 출제자들이 합숙하며 출제를 해야 함에도 교육학 시험문제는 출제자 중 한 명이 먼저 출제했으며, 전공과목 채점기준표도 제대로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감사 결과 드러났다.

또 반영구적으로 보존해야 하는 채용 관련 서류 중 이사장 손자가 응시한 역사 과목 응시자들의 학습지도안만 폐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C 씨를 채용하고자 일부러 채용 시기를 늦추는 등 조직적으로 채용을 준비했던 정황도 드러났다. A법인은 2012년 교원수급 현황표를 작성하면서 2015년 2월 B고 역사 교사 1명이 정년퇴직하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2016년에 신규 채용하겠다고 명시했다. 이는 2013년 교육대학원에 입학한 C 씨가 2016년 2월이 돼야 교사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었기 때문으로 교육청은 보고 있다.

또 1차 필기시험을 시교육청에 위탁했던 2015년과 달리 2016년 채용 때는 필기부터 면접까지 전 과정을 자체 시행한 것도 C 씨를 뽑기 위해서라는 것이 교육청의 판단이다.

이와 별도로 2014년 12월 행정실 직원을 채용할 당시 행정실장 아들이 응시했음에도 행정실장이 직접 교장 교감과 함께 평가위원으로 참여한 것도 감사 결과 드러났다. 행정실장은 재단 이사장 아들의 친구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교육청 감사관실 관계자는 “감사 결과 면접 문제 유출이나 위원 간 사전 모의 등 채용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저질러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수사를 의뢰했다”며 “비리 행위가 밝혀지면 원칙에 따라 엄중히 처벌하겠다”고 말했다.

하송이 기자 songya@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