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유휴 교실 4.5실 불과
- 동네별 학생 불균형도 심각
- 상황별 맞춤형 정책 세워야

- 부모·아이 만족할 ‘질’ 담보
- 교사 인력 확보도 고민을

정부가 5년간 1조 원을 투입해 현재 33만 명인 학교와 지역 돌봄 시설 이용 인원을 53만 명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하면서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청사진은 제시했지만 지역마다 사정이 다르고, 해결해야 할 숙제도 많기 때문이다.

정부가 발표한 ‘온종일 돌봄체계 구축·운영 계획’을 보면 돌봄은 크게 학교 돌봄과 마을 돌봄으로 구분된다. 학교 돌봄은 저학년에 국한된 돌봄 대상을 전 학년으로 늘리고 시간도 오후 5시에서 밤까지 연장한다.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가 주관하는 마을 돌봄은 도서관 주민센터 등 지역 내 공공시설과 지역아동센터를 활용할 계획이다.

이 중 학교 돌봄의 경우 공간 확보가 가장 큰 숙제다. 돌봄 교실에는 아이가 편히 쉬는 공간과 간단한 간식을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이 필요하다. 따라서 돌봄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교실 외 별도의 공간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부산시교육청이 지난 1월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유휴 교실을 전수조사한 결과 4개 학교 4.5실만 빈 것으로 조사됐다. 돌봄 확대를 위해선 대부분 학교가 공간을 쪼개 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학생이 많은 학교는 공간이 없고, 공간이 여유로운 학교는 학생 수요가 없다는 점이다. 특히 부산은 신도시 조성, 재개발 등으로 지역별로 학생 불균형이 심각하다. 재개발 지역이나 신도시 내 초등학교는 대부분 학급당 평균 학생 수가 30명이 넘어 교실을 쪼개 돌봄 교실을 운영한다. 그만큼 돌봄 수요도 많다. 실제로 2018학년도 돌봄 교실 신청을 받은 결과 강서구 명지동과 기장군 정관면에서는 학교당 20명에 달하는 대기 인원이 발생했다. 시교육청 김숙정 유초등교육과장은 “수요가 없어 돌봄교실에 10명도 지원하지 않는 학교가 있는 반면 일부는 대기인원만 수십 명”이라며 “부산은 지역별 격차가 심각한 만큼 지역 맞춤형 대책을 만드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질’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과제를 확인하고 방과후수업 시간표를 관리하는 수준에 그치면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가 떨어져 자칫 ‘속 빈 강정’이 될 수 있다. 특히 고학년으로 갈수록 ‘돌봄’보다는 ‘학업’이 우선시되면서 돌봄교실이 외면당할 가능성도 크다. 최진경 참교육학부모회 부산지부장은 “숙제를 봐주는 것이 목적인지, 부모의 빈자리를 채우는 돌봄을 제공하는 것이 목적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지금의 돌봄교실은 철학 없이 운영된다. 그러니 공부방과 뭐가 다르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라며 “안 그래도 학교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한데 돌봄교실 교사를 어떻게 채용할 것인지도 장기적으로는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

하송이 기자 songya@kookje.co.kr

◇ 정부 온종일 돌봄 아동 확대 계획 (단위:명) 구분 현재 확대 합계 학교돌봄 (맞벌이 한부모가정 저소득층) 24만 10만 34만 마을돌봄 (지역아동센터, 방과후어린이집 등) 9만 10만 19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