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 16시간 지나서야 인지

나흘 동안 세 차례 부산 편의점에서 흉기 강도행각을 벌인 용의자가 이미 부산을 벗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첫 번째 범행에서 용의자를 특정하고도 검거의 ‘골든 타임’을 놓쳐 추가 범행이 일어났다는 비판을 받는다.

용의자는 공권력을 우롱하듯 경찰 지구대 주변을 범행 장소로 삼았지만, 경찰은 용의자가 부산을 떠난 지 16시간 넘게 CCTV 확인에 시간을 보냈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 3회에 걸쳐 연속 발생한 부산 편의점 흉기 강도사건을 수사 중인 부산 남부경찰서와 연제경찰서는 5일 유력한 용의자로 A(35) 씨를 특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A 씨는 지난 1일 새벽 남구 용당동 편의점에 침입해 흉기로 종업원을 위협해 16만 원을 빼앗아 달아났다. 지난 3일 밤 10시40분 남구 용호동 편의점, 다음 날인 4일 오전 5시30분 연제구 연산동 편의점에서 비슷한 수법으로 각각 60만 원, 70만 원 상당을 뜯어갔다”고 밝혔다. 이 편의점들은 공교롭게 경찰 지구대와 200ｍ도 채 안 되는 거리에 있었다.

문제는 경찰이 1차 범행 직후 A 씨를 용의자로 특정하고도, 매끄럽게 수사를 벌이지 못해 검거에 실패했다는 점이다. 경찰은 A 씨가 1차 범행 후 타고 달아난 오토바이가 도난된 것을 확인했다. 절도 장면이 찍힌 CCTV로 A 씨의 신원을 특정했다. 그 뒤 A 씨의 거주지 근처에서 잠복 수사를 벌였다. 이 시간 A 씨는 2회에 걸쳐 같은 방법으로 편의점을 털었다.

특히 경찰은 세 번째 범행 뒤 A 씨가 택시를 타고 지난 4일 오전 5시40분께 부산진구 서면에 내린 사실을 CCTV로 확인했다. 경찰은 바로 A 씨가 서면 어느 곳에 숨었는지를 추적했다. 하차 지점 주변 CCTV를 모두 분석하고, 형사를 투입해 현장 수색에 나섰지만 도무지 A 씨의 행방은 드러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경찰은 마지막 범행 뒤 16시간 지난 이날 밤 10시께가 돼서야 A 씨가 부산을 벗어났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서면의 택시 하차 지점을 통과하는 시내버스에 있던 블랙박스 영상에서 A 씨가 다른 택시로 갈아탄 뒤 경남 방면으로 도주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결국 A 씨가 이날 오전 5시40분께 부산을 벗어났는데도 경찰은 16시간을 허비한 셈이다.

부산외대 김철준(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최근 수사 기법 중에 효율적인 게 CCTV라는 점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라면서 “경찰이 용의자를 특정했다면 피해자와 주변인, 목격자 진술을 자세히 듣고 종합적으로 도주 경로를 예측하고 수사의 방향을 잡아야 범인을 조속한 시일에 검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운대 최관식(경찰행정학과) 교수도 “CCTV 영상은 강력한 객관적 증거지만, 최근 경찰이 과학장비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A 씨가 경남지역 한 도시에 도착한 뒤 택시를 번갈아 타며 이동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검거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김봉기 기자 superch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