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움’ 관행 계기 노동청 조사
- 29곳 미지급 수당 43억 넘어
- 최저임금 미달 병원도 12곳
- 150건 적발·체납 200억 달해

부산 울산 경남지역의 주요 대형병원들이 간호사 등 직원을 상대로 수백억 원대 임금 체납을 빚어온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고용노동청은 지난 1월부터 3개월간 부울경 지역 대형병원 31개소를 대상으로 벌인 근로감독 결과를 9일 발표했다. 대상이 된 것은 300인 이상 대형병원이다. 대학병원 9곳과 일반병원 22곳이 포함됐다. 노동청은 병원의 경영 상황 및 노사관계를 파악하고 해당 병원의 근로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 및 전산자료 입력 내용 확인 등 절차를 거쳐 이번 근로감독을 실시했다.

노동청은 이번 근로감독에서 노동관계법 위반 사례 150건을 적발했다. 이들 대형병원에서 199억 원에 달하는 직원의 임금 체납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감독 대상이 된 병원이 적어도 1건씩은 법을 위반해 적발률이 100%를 기록했다.

가장 많이 적발된 사례는 교대근무를 서는 간호사들의 수당 미지급이었다. 조사 대상이 된 대형병원 31곳 가운데 대학병원을 포함한 29곳이 적발됐다. 이들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들은 근무시간 종료 이후에도 인수인계나 교육 참석 등을 이유로 사실상 근무했지만 수당을 받지 못했다. 29개 병원의 미지급 수당 합산액은 43억8100만 원에 달했다.

상여금 등 정기·일률·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수당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지 않은 탓에 발생한 체납 액수가 가장 컸다. 노동청 이득규 감독관은 “이로 인해 연장·야간·연차수당 등이 부족하게 지급됐다. 대학병원을 포함한 병원 8곳의 3년치 소급분이 121억6000만 원으로 이번에 확인된 체납 금액의 60%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상여금이나 식대를 제외하면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지급한 병원은 14곳이었다. 이와 관련된 체납 금액은 14억1500만 원에 달했다. 또 기간제·비정규직 근로자에게 이유 없이 식비나 가족수당을 주지 않거나 기본급을 낮게 책정한 병원이 12곳이었다.

정지원 부산고용노동청장은 “국회와 언론에서 종합병원 간호사의 인권 침해와 노동조건 문제가 잇따라 제기돼 이번 감독을 시행한 것”이라며 “올해 하반기에는 중소병원 근로감독을 시행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김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