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노조 탄압’에 항의해 2014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조합원의 장례가 노동조합장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으려고 삼성이 유족을 상대로 ‘금전 회유’를 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했다.

19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김성훈 부장검사)는 삼성전자서비스노조 양산분회장이었던 염호석(향년 34세) 씨의 사망 당시 삼성이 유족에게 수억 원의 금품을 건넨 정황을 최근 파악했다. 검찰은 이 사실이 삼성의 노조 와해 시도 의혹과 연관성을 띠는지 규명하기로 했다. 2013년 7월 출범한 삼성전자서비스노조는 삼성전자서비스를 상대로 수리 기사 등의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다. 이들의 고용주는 삼성전자서비스의 각 지역 센터를 운영하는 협력업체였다. 이 때문에 부산 해운대센터 등이 폐업했는데, 삼성전자서비스의 사주를 받은 ‘위장 폐업’이라는 의혹을 받았다. 염 전 분회장은 이 같은 ‘노조 탄압’에 반발해 2014년 5월 목숨을 끊었다. 유서에는 “저 하나로 인해 지회가 승리하기를 기원한다. 주검을 찾게 되면 지회가 승리할 때까지 안치해달라”고 적었다. 당시 노조는 유족의 동의를 얻어 노동조합장을 치를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후 유족이 가족장을 치르겠다고 태도를 바꿨다. 노조는 유족을 설득하려 했으나 경찰 기동대가 들이닥쳐 노조가 보관하던 시신을 운구해갔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노조의 충돌이 일어나 나두식 현 삼성전자서비스노조 지회장 등 3명이 구속됐다. 검찰은 당시 경찰이 개입한 배경에 삼성이 있는지도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철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