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사장 스크린서 멜로영화 상영
- 신청자 대상 사진 인화·액자전시
- 계절에 맞는 다양한 음악선곡 등
- 즐길 거리 갖춰 경쟁력 강화

관광객 급감으로 위기를 맞은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이 올여름 ‘감성 특화 해수욕장’으로 변모해 반전을 노린다.
20일 해운대구의 자료를 보면 해운대해수욕장 방문객은 해마다 급감했다. 지난해 7월부터 8월 중순까지 방문객은 761만7000명으로 2016년 같은 기간보다 105만2000명이 준 것으로 집계됐다. 급격히 방문객이 증가하는 서부산권 해수욕장의 추격을 받으면서 ‘국내 해수욕장 종가’ 이미지가 흔들렸다.

해운대해수욕장만의 고유의 정체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달았다. 구가 지난 1월 조사한 리브랜딩 기본계획을 보면 관광객이 해운대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바다’ ‘호텔’ ‘맛집’ ‘아쿠아리움’ ‘역파도’ 등으로 일반적인 것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사계절 다양한 행사가 개최되지만 단순 개최지에 불과해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고유한 문화 정체성 확립이 절실해진 것이다.

이에 구는 2018년 해운대해수욕장 운영 콘셉트로 ‘사색(四色/思索)’을 들고 나왔다. 사색은 사계절 다채로운 문화가 흐르고(四色), 일상에서 감동과 진한 여운을 남기는(思索) 해수욕장을 일컫는다.

그 첫 번째는 ‘해운대비치 시네마’다. 구는 부산국제영화제와 겹치지 않는 시기를 골라 해운대해수욕장 백사장에 야외 스크린을 설치해 영화를 상영한다. 선착순 신청자 100명에게는 로열석을 배정해 빈백과 매트, 편의용품 등을 제공하고, 현장 참가자 400여 명은 자연스럽게 백사장과 호안도로 계단에서 영화를 볼 수 있게 할 계획이다.

‘해운대 추억의 사진관’도 운영한다. 사진관은 관광객이 자신의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어 인화를 요청하면 2장을 출력해 1장은 예쁜 액자에 넣어 관광객에게 주고, 나머지 한 장은 대형 액자(길이 1.7ｍ·높이 1.2ｍ)에 전시할 예정이다. 현장 선착순 신청자 12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사진관 행사의 참가비는 3000원이다.

이 외에도 호안도로 스피커를 교체해 사계절 다른 음악이 흘러나오는 ‘해운대 뮤직뱅크’도 운영된다. 봄에는 따뜻하고 화사한 분위기의 왈츠와 K-팝을 틀고, 여름에는 댄스 록 힙합 등을 송출해 시원하고 열정적 분위기를 연출한다는 계획이다. 가을에는 잔잔하고 감성적인 느낌의 R&B 올드팝 클래식이, 겨울에는 차분하고 희망적인 발라드와 캐럴로 계절마다 다른 사색 해운대해수욕장을 만들기로 했다.

감성 콘셉트 외 다양한 축제와 즐길 거리도 풍성하게 갖춘다. 구는 공중에서 해운대해수욕장의 경관을 볼 수 있는 열기구 전망대를 미포 부근에서 운영한다.

열기구는 최근 사고가 발생한 제주도 열기구(자유비행 방식)와 달리 바닥에 고정해 그 자리에서 위아래로 움직이는 형태다. 지상에서 최대 10~15ｍ까지 상승하며 공중에서 5분간 정지해 아름다운 해운대 바닷가 풍경을 즐길 수 있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호안 도로 확장 등 외관이 개선됐으니, 그 안에 해운대해수욕장만의 문화 콘텐츠를 입혀 다른 해수욕장을 압도하는 경쟁력을 갖춰나가겠다”고 말했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