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운대구 전수조사서 6곳 발견
- 매월 정기 점검에도 시정 안돼
- 강서구 등도 124대 추가 파악

최근 직장인 김모(43·해운대구 반송동) 씨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반송동 한 골목에 세워둔 스파크 승용차의 후면 부위를 불상의 차가 치고 그냥 가버린 것이었다. 김 씨는 경찰에 신고한 후 해운대구청에서 방범용 CCTV를 확인했으나, 카메라가 도로명 주소 표지판에 가려져 사고 장면을 볼 수 없었다. 사고 지점이 원래 CCTV 시야에 들어오는 곳이었는데, 화면 상단을 도로명 표시판이 가리고 있었던 것. 김 씨는 “차만 다쳐 다행이다. 사람이 다치거나 범죄가 일어났으면 추적하지 못할 뻔했다”며 혀를 끌끌 찼다.

도로명 표지판에 화면 일부가 가려진 부산 해운대구 반송동의 CCTV, 사진 오른쪽은 표지판을 정리한 뒤의 화면. 김모 씨 제공

부산 CCTV의 상당수가 도로 표지판과 수목에 가려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범죄를 예방하고, 검거율을 높이기 위해 많은 돈을 투입해 설치했지만,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국제신문이 문제의 CCTV에 대해 해운대구에 문의한 결과, 이 CCTV는 부산시 방범용 CCTV 3단계 구축사업의 하나로 반송2동 어린이집 앞에 설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시는 유괴·성폭력 등 강력 범죄가 급증함에 따른 대응 체계를 확립하고, 강력범죄 억제와 검거률 향상을 위한 목적으로 2010년 12월부터 2011년 4월까지 총 57억 원을 투입해 385대의 방범용 CCTV를 설치했다.

그러나 도로명 표지판이 설치될 때 방범용 CCTV 시야를 가리면서 반쪽짜리로 전락했다. 취재진이 해당 CCTV가 설치된 곳을 다음 로드뷰로 확인한 결과, 2014년부터 매년 가려져 있는 것을 확인했다. 최소한 4년 이상 도로명 표지판이 CCTV 시야를 가리고 있었던 셈이다. 구는 영상정보처리기기 운영·관리 방침에 따라 매월 한 차례 정기점검을 했지만, 아무도 문제점을 지적하거나 시정하는 사람이 없었다.

구는 김 씨로부터 민원을 제기받은 후 관내 1200여 개의 CCTV를 전수조사했다. 구는 방범용 CCTV 500여 대와 교통·재난·산불 등 기타 용도의 CCTV 700여 대를 운용하고 있다. 구는 재송동 2곳, 반송동 2곳, 좌동 1곳, 중동 1곳의 CCTV가 도로명 표시판에 시야가 가려진 것을 확인하고, 표시판을 조정했다.

CCTV가 가려진 곳은 해운대구뿐만이 아니다. 16개 구·군을 확인한 결과 해운대구(6곳)를 비롯해, 강서구(44곳), 서구(29곳), 사상구(21곳), 금정구(15곳), 연제구(2곳), 남구(4곳), 수영구(9곳) 등 CCTV 130대가 수풀 등에 가려져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CCTV가 360도 회전을 하는 데다 우범 지역을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하다보니 미처 신경을 못 쓴 것 같다.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호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