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트병은 라벨 떼고 깨끗하게
- 비닐봉투 열어 오염물 걸러내
- 웃으며 도움주니 주민들도 협력
- 선별장 “완벽 분리수거 처음 봐”

“유산균 음료 통에 붙은 라벨도 떼어낸 뒤 내놓으셔야 해요. 이렇게 오염된 비닐봉지는 재활용이 어려우니 종량제봉지에 버리세요.”

경남 김해시 지내동 동원1차아파트 박연심 부녀회장이 입주민의 재활용품 분리 배출을 돕고 있다. 조민희 기자

지난 14일 경남 김해시 지내동 동원1차아파트(810세대) 내 한 재활용분리배출장에서는 빨간색 조끼를 맞춰 입은 여성이 한 손에는 문구용 칼을 들고 얼굴에 미소를 띤 채 입주민과 재활용품 분리에 여념이 없었다. 조끼를 입은 여성은 이 아파트의 부녀회원이다. 부녀회원 14명은 매주 월요일 재활용품 분리수거일이 되면 오전 7시부터 밤 9시까지 서너 명이 한 조를 이뤄 아파트 내 4곳의 재활용분리장을 하나씩 담당해 입주민의 분리 배출을 돕는다.

페트병은 뚜껑이나 라벨 하나 없이 깨끗한 상태로 모두 압착해 내놓는다. 비닐봉지 역시 입주민이 담아온 용기를 일일이 열어보고 오염된 것 없이 깨끗하게 배출했다. 일반적으로 페트병과 같이 내놓는 요구르트 용기도 별도로 분리해 내놓았다. 은박뚜껑과 라벨을 떼는 것은 기본이다. 스티로폼 역시 이물질이 묻은 것이 없는 것만 처리한다. 부녀회원들은 각종 가스통의 경우 구멍을 뚫어 내용물을 비우는 작업을 해야 한다는 것도 입주민에게 알렸다.

이 아파트 부녀회도 처음부터 이런 활동을 한 건 아니다. 최근 전국서 불거진 재활용품 수거 대란 소식을 접한 박연심 부녀회장이 아파트 재활용품 분리 배출에 신경 쓰자는 차원에서 지난 3월 중순부터 혼자 자정활동에 나선 것이 시작이었다. 다른 부녀회원들이 박 회장의 취지에 공감해 2주 전부터 동참하면서 전 부녀회로 확대됐다. 박 회장은 “무엇보다 입주민의 마음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 분리 배출을 돕는 것이 중요하다”며 “웃으며 직접 분리 배출을 도와주면 입주민은 미안해서라도 다음에는 신경 써서 재활용품을 내놓는다. 올바른 분리 배출이 정착될 때까지 활동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재활용품 수거 대란 속에서 이 아파트의 모범적인 분리 배출이 주목을 받고 있다. 김해시 전역의 재활용품을 수거하는 김해시 선별장 위탁운영업체인 ㈜태광폴리켐 김진춘 대표는 “30년간 재활용업계에 종사했는데 이렇게 분리배출을 잘하는 아파트는 처음 봤다”며 “재활용의 시작은 배출요령지침에 따라 재활용품을 내놓는 것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시민의 협조가 매우 중요하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조민희 기자 c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