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축제 술 판매 금지(일명 금주령)의 여파로 50대 트로트 가수가 무대에 올라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부산대 총학생회는 올해 축제에 50대 트로트 가수와 신인 걸그룹을 초청했다고 22일 밝혔다. 대학 축제와 어울리지 않는 초대가수에 학내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학내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내 등록금 가지고 스포츠토토를 하는 거냐’는 등 격한 반응까지 터져나왔다. 같은 시기 다른 대학 축제에 싸이 선미 홍진영 등 ‘핫’한 인기가수가 무대에 오른 것과 대비돼서다.

학생들의 반발이 커지자 대학축제를 기획한 총학은 해명에 나섰다. 총학은 그간 주류업체의 후원을 받아 축제 초대가수를 섭외해왔다. 2015년부터 초대가수 섭외 비용은 ‘0원’이었다. 그런데 올해 갑자기 해당 주류업체가 축제 후원을 끊으면서 문제가 됐다. 

총학은 급히 다른 주류업체로부터 후원 약속을 받았지만  금주령이 내려지면서 발목을 잡혔다. 업체의 후원을 받지 못한 부산대는 갑작스러운 섭외, 한정된 예산이라는 상황에 몰리면서 50대 트로트 가수 초청을 확정했다.

결국 대학축제 금주령이 50대 트로트 가수 섭외라는 결과를 만들어낸 셈이다. 대학축제의 성패가 초대가수에 좌우되는 상황에서 50대 트로트 가수 초청은 ‘울며 겨자 먹기’였다. 대학축제 시즌이면 온라인에서는 각 대학의 초대가수 라인업을 공유한다. 대학축제 예산의 25%가량은 초청 가수 섭외비용에 쓰인다. 올해 부산대의 경우 총예산 7500만 원 중 2000만 원을 초대가수 섭외 비용으로 썼다. 인기가수 3~5명을 초청한 대학의 경우 가수 섭외비만 9000만 원에 달한다. 부산대 황민우 총학생회장은 “갑작스러운 금주령으로 주류업체의 후원이 끊기는 탓에 섭외비가 더 많이 들었다”며 “많은 학생이 축제에서 연예인을 기대하고 있어 가수 초청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대학 축제에 연예인을 꼭 섭외해야 하느냐는 학내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대학축제 무대에 연예인이 선 건 1990년대부터라고 입을 모았다. 플랜B 문화예술협동조합 송교성 실장은 “대학만의 콘텐츠가 없다 보니 연예인 초청에 목매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학은 지역사회의 거점 역할을 한다. 지역 사회, 단체와 협업해 축제를 기획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김해정 기자 cal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