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은 상속세 탈루 의혹 수사

조현아(사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필리핀인을 대한항공 연수생으로 가장해 입국시킨 뒤 가사도우미로 불법 고용한 혐의를 받아 수사기관에 소환됐다. 검찰이 한진그룹 본사와 회장 일가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백억 원대 상속세 탈루 의혹 수사도 본궤도에 올랐다.

법무부 산하 서울출입국외국인청 이민특수조사대는 24일 오전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를 받는 조 전 부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날 조 전 부사장은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답하고 조사실로 향했다. 조 전 부사장이 수사기관에 출석한 것은 대기업 오너 일가 ‘갑질’의 대표 사례인 ‘땅콩회항’사건 이후 3년5개월 만이다.

조 전 부사장은 모친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과 함께 필리핀인을 대한항공 연수생으로 가장해 입국시킨 뒤 가사도우미로 고용한 혐의를 받는다. 출입국 당국은 지난 11일 대한항공 본사 인사전략실 등을 압수수색한 결과 대한항공 마닐라지점이 필리핀 현지에서 가사도우미를 모집한 뒤 연수생 비자를 받아 한진그룹 일가의 집에 들여보내는 데 관여한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한진그룹 사주 일가가 이런 방법으로 10여 년 동안 20여 명의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데려온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할 수 있는 외국인은 재외동포(F-4비자)나 결혼이민자(F-6) 등 내국인에 준하는 신분을 가진 이로 제한된다.

이날 검찰은 한진빌딩 등 10여 곳을 압수수색해 한진그룹 회장 일가의 상속세 탈루 의혹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했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조 회장 형제들의 주거지,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계열사인 정석기업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조 회장 남매의 상속세 탈루 혐의 등을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30일 서울국세청은 조 회장 남매가 부친인 조중훈 전 회장의 해외 보유 자산을 물려받는 과정에서 상속 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검찰에 고발했다. 서울남부지검은 이 사건을 기업·금융범죄 전담부인 형사6부에 배당하고 수사해왔다. 검찰은 조 회장 일가와 주변 계좌에서 수상한 자금 흐름을 발견하고 비자금 조성 여부 등을 살피고 있다.

정철욱 기자 jc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