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부분 사용하는 후불교통카드
- 할인 적용대상 제외돼 무용지물
- 실제 사용 일평균 335건 뿐
- 편성예산 33억 중 3000만 원 써

- 실태조사 없이 선심성 사업 비난
- 시 “연말까지 카드사 협의 계획”

부산시가 전국 최초로 도입한 택시환승할인제도를 시행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이용자가 예상치에 한참 미치지 못할 정도로 적다. 성공 여부를 가를 후불교통카드 시행 일정조차 잡지 못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환승할인제를 추진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지난해 10월 30일 시행한 택시환승할인제는 버스와 도시철도를 이용한 뒤 30분 이내로 택시를 타면 요금 중 500원을 할인해주는 방식이다. 지난 1일부터는 할인금액을 1000원으로 확대했다. 지난달 말까지 이용 실적을 보면 부산 전역에서 하루 평균 300회 안팎 수준에서 이용하는 데 그치고 있다.

■시민 이용 습관 고려하지 않아

부산시는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택시환승할인제도를 이용한 횟수는 총 6만 693건이라고 27일 밝혔다. 이용건수는 하루 평균 335건으로 6개월 동안 시가 지원한 예산은 총 3035만 원이다. 시가 올해 택시환승할인제도를 위해 마련한 예산은 33억 원이다. 예산에 대비해 실제로 할인받은 금액은 1%도 안 된다. 선불교통카드로만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신용카드와 체크카드에 교통카드 기능이 부가된 이른바 ‘후불식 교통카드’로는 택시환승할인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지난 3월 부산시 통계에 따르면 대중교통 이용자 중 선불교통카드를 이용하는 시민은 전체 중 1.4%에 불과하다. 실제 현장에서 만난 택시기사 또한 환승할인을 하는 승객을 만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선심성 예산 퍼주기 논란

시가 야심 차게 도입한 제도가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면서 선심성 지원 사업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택시환승할인제도의 핵심은 시민의 택시요금을 할인해 교통 편의를 돕고 택시산업을 활성화하는 데 있다. 시민에게 혜택이 돌아가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결국 시민의 세금이 택시업계로 흘러가는 구조다. 택시산업을 위한 인프라 구축 등이 아닌 예산 퍼주기식 집행이라는 비판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부산교통포럼의 이사장을 맡은 부산대 정헌영(도시공학과) 교수는 정책 도입에 따른 영향을 예측하지 못한 점을 지적하면서 주먹구구식이라고 비판했다. 정 교수는 “500원을 할인하면 택시 이용이 얼마나 늘어날지에 관해 충분한 검토 없이 제도가 마련된 것 같다”며 “혜택을 1000원으로 늘린 부분도 어떤 근거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부산시의회 전진영 의원은 “제도 도입 이전에 택시 이용에 관한 정확한 실태조사 없이 선심성으로 사업이 추진됐다”며 “시민의 세금으로 지원되는 예산으로 택시업계만 배를 불리는 게 아닌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부산시 “연말까지 후불카드 포함”

낮은 이용률에도 정책의 성패를 판단하기는 이르다며 향후 시행에 기대를 거는 의견도 있다. 동의대 신용은(도시공학과) 교수는 “환승할인제도가 도입된 지 이제 6개월이 지났다”며 “많은 시민이 이용할 수 있도록 후불제카드 사용이 가능해진 뒤 1년 정도는 운영이 돼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연말까지 카드회사와 협의해 어떤 교통카드를 사용하든지 환승할인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부산시 대중교통과 임미란 택시행정팀장은 “전국 최초로 환승할인제도를 도입한 이후 다른 시도에서 벤치마킹하는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부산개인택시조합 관계자는 “후불교통카드 이용자도 할인 혜택을 받으면 이용자가 증가할 것이다”며 기대를 드러냈다.

김봉기 기자 superch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