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안부 “외국 공관 배려 차원”
- 시민단체 “절도행위” 극렬 저항

부산 동구 일본영사관 앞 강제징용노동자상이 결국 철거됐다. 시민단체는 이를 동구의 절도 행위로 규정하고 다시 제자리에 설치하겠다고 밝혀 향후 갈등을 예고했다.

	31일 열린 강제징용노동자상 행정대집행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노동자상을 부둥켜 안으며 행정대집행을 저지하고 있다. 박수현 선임기자 parksh@kookje.co.kr

동구는 31일 오후 2시 구청 직원 40여 명을 동원해 노동자상에 대한 행정대집행에 나섰다. 이날 오전 행정안전부 등 정부 측과 강제징용노동자상건립특별위원회(건립특위), 동구가 만나 노동자상 이동을 두고 최종협의를 진행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예정대로 철거가 진행된 것이다.

동구 관계자가 “2018년 제1호 행정대집행을 실시하겠다”고 알리며 철거에 들어가자 건립특위 등 시민단체 200여 명은 “절도 행위를 멈추라”며 극렬히 저항했다. 경찰은 충돌을 막고자 21개 중대(약 1500명)를 현장에 배치해 동구의 행정대집행을 보위했다. 동구가 지게차를 이용해 노동자상을 철거할 때는 이를 막으려던 건립특위 측과 경찰 간 심한 몸싸움이 벌어져 혼란을 빚기도 했다.

결국 철거는 시작한 지 약 20분 만에 완료됐다. 동구는 철거한 노동자상을 남구 일제강제동원역사관 울림의 방으로 옮겼다. 건립특위 측이 행정대집행에 든 비용을 납부하고 회수를 원할 경우 반납한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이날 회의에서 “짧은 기간이지만 소중히 보관하겠다”고 밝혀 일제강제동원역사관으로 노동자상 설치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완전한 설치를 두고 당분간 갈등이 불가피하다. 건립특위 측은 조만간 노동자상을 돌려받아 같은 곳에 재설치한다는 입장이다. 노동자상이 철거되자 이들은 일제강제동원역사관으로 이동해 정부와 일본을 규탄했다.

민주노총 김재하 부산본부장은 “일본영사관 앞에 설치한다는 방침은 변함없다”며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면 정부가 예산을 들여 설치하면 된다. 머지않아 누가 부끄러운 행동을 했는지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안전부 윤종인 지방분권실장은 “참혹한 과거를 잊지 말자는 취지는 적극 공감하지만 통행 불편을 초래하고 외교 공관에 대한 예양이라는 측면에서 이대로 노동자상을 방치할 순 없다”며 “건립특위와 협의해 영구적으로 보관할 수 있는 장소를 찾겠다”고 말했다.

이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