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개월간 참고인 진술·증거 확보
- 검찰 “범죄 소명자료 부족하다”
- 경찰 “혐의 부인해 구속 필요”

채용비리 등 의혹을 받고 있는 부산 동아대 태권도학과 교수에 대한 경찰의 구속영장이 재차 기각되고 있다. 경찰은 “5개월간의 수사로 확실한 혐의점을 잡았지만 피의자가 이를 부인하고 있어 구속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검찰은 “범죄소명 자료가 부족하다”며 영장 청구를 미루고 있다.

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학과 교수를 부정한 방법으로 채용한 혐의(업무방해)와 학생 장학금을 빼돌린 혐의(사기) 등을 받는 동아대 태권도학과 교수 A 씨 등 전·현직 교수 3명의 구속영장을 지난 7일 신청했지만 11일 기각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앞서 지난달 8일과 16일 두 차례에 걸쳐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모두 기각됐으며, 이날 세 번째 영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경찰은 풍문으로 떠돌던 의혹을 밝히기 위해 지난 1월 29일 학과 사무실과 법무감사실 등을 압수수색했으며,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교수의 휴대전화 등을 증거로 확보했다. 또 구체적인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학생 등 50명에 달하는 참고인 진술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들 교수의 각종 비리가 A 씨의 교수 임용 때부터 시작된 것으로 판단했다. 먼저 경찰은 A 씨가 학과 교수로 임용될 때 B 교수 등이 부정한 방법으로 A 씨를 도운 정황을 포착했다. 경찰 관계자는 “A 씨의 임용에 수억 원이 오간 정황을 확보했다. ‘○○학과 출신’을 임용 조건으로 내걸었는데, 당시 20명이 넘는 지원자 중에 A 씨만 이 조건을 충족했다”고 말했다. 또 B 교수 등이 여러 편의 논문에 A 씨의 이름을 공동저자로 올리는 등 A 씨의 임용을 도왔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A 씨가 학과 교수로 채용된 뒤 C 교수 등과 함께 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학과 행사를 이유로 졸업생 등에게 학과 발전기금 명목으로 돈을 요구해 수천만 원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또 대학원생의 석사논문 인준을 잘 봐주는 조건으로 수천만 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 교수가 운동기구로 학생들에게 폭력을 행사한 정황도 있으며, 학생들에게 고가의 시계 등을 해외에서 몰래 가져오도록 한 의혹도 있다”고 말했다.

의혹을 받는 교수들은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대부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압수수색 등으로 충분한 증거가 확보됐는데, 검찰은 ‘범죄 소명자료가 부족하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업무방해 혐의를 입증하려면 점수가 어떻게 조작됐는지 규명해야 하는 등 법리적으로 까다로운 부분이 있다”며 “구속영장을 처음 청구했을 때 이 부분을 구체적으로 보완수사 지휘했는데, 이행이 잘 안 됐다고 판단했다. 경찰과 더 세밀하게 의견을 나누고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김화영 정철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