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지방선거가 끝난 뒤 홍보용으로 쓰인 현수막 처리 문제를 두고 지자체마다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업사이클링(고부가 재활용)을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소각에 나서 환경보호 차원에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는 17일 제7대 지방선거에서 부산지역에 걸린 현수막은 약 8000개라고 밝혔다. 지난 6대 선거까지는 읍·면·동 기준 1개만 게시할 수 있었으나 이번 선거부터 2개까지 걸 수 있도록 바뀌면서 현수막 수가 더 늘었다. 후보가 선거법상 설치할 수 있는 최대치로 현수막을 내걸었다면 총 8440개에 달한다. 선거 이후 당·낙선 인사 현수막도 13일간 게시할 수 있어 실제로는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처리하느냐 하는 점이다. 일부 특수 잉크 재료를 사용하는 현수막은 독성이 있을 수 있어 매립이나 소각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소각의 경우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이 대기에 배출되고 매립은 자연분해가 안 되는 단점이 있다.

환경부는 지난 8일 전국 각 지자체에 현수막 재활용을 권고하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이에 지자체들이 급히 대책 마련에 나섰으나 뾰족한 대안은 없는 실정이다.

남구는 장바구니 제작을 계획 중이다. 몇 해 전부터 현수막을 모아 공공근로 인력들이 장바구니와 마대 등을 제작하고 있다. 완성품은 구민에게 나눠주거나 장바구니를 새로 교환해주는 데 활용한다. 수영구와 연제구, 사하구도 낙엽 등을 담는 공용 마대로 바꿀 방침이다.

반면 부산진구는 과거 에코백을 만들었지만 효용성이 크지 않아 이번에는 재활용하지 않기로 했다. 중구 역시 잉크 독성 문제를 우려해 소각을 택했다.

부산환경운동연합 최수영 사무처장은 “소각이 능사는 아니다”며 “재활용이 현수막 처리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다음 총선 때는 정부가 재활용을 적극 권장해 낭비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