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장애인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다. 태풍 ‘쁘라삐룬’이 지나가고, 여름휴가철이 도래했지만, 이들은 행복하지 않다. 지난 1일 일제히 개장한 부산 7개 해수욕장 중에서 장애인이 마음껏 행복을 누릴 피서지는 어디에도 없었다. 이들이 해수욕을 즐기려면 수백 ㎞ 떨어진 서해까지 원정에 나서야 할 판이다.

국제신문이 4일 부산지역 해수욕장 장애인 편의시설 현황을 전수 조사한 결과, 지체장애인이 바다에서 물놀이를 즐길 수 있게 지원 시스템을 마련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7개 해수욕장 가운데 6곳에 장애인 전용 수영 공간이 없었다. 그나마 광안리해수욕장에 유일하게 장애인유영구역(900㎡)이 마련됐다. 그러나 몸이 불편한 장애인이 이곳에 도착하려면 최소 30ｍ인 백사장을 가로질러야 하는데, 이들의 보행을 돕는 시설이 없어 무용지물이었다.

장애인들이 수영복으로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공간을 둔 곳은 광안리(장애인 쉼터)·송도뿐이었다. 송도해수욕장 ‘장애인 탈의실’은 형편없었다. 장애인 휠체어 하나가 딱 들어갈 정도인 3.3㎡ 가건축물에서 보호자 도움 없이 옷을 바꿔입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해운대·송정·송도·다대포해수욕장은 백사장에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게 접근로를 설치했지만, 해변까지 연결이 안 돼 있었다. 바닷물에 발을 담가보는 것은 어느 곳에서도 불가능했다. 모두 백사장 중앙에도 미치지 못한 곳에서 되돌아 나와야 했다.

지난해 여름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등이 장애인 185명을 상대로 설문을 벌인 결과를 살펴보면 안타깝다. 설문 참가자 중 최근 5년간 바다와 계곡 등 피서를 즐겨보지 못한 이는 47.3%나 됐다. 이들은 “접근이 쉽지 않고, 놀 공간이 부족해 갈 엄두가 안 났다”고 입을 모았다.

부산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최영아(비례) 의원은 “충남 대천해수욕장은 장애인이 물놀이를 즐길 수 있게 ‘워터 체어’ 같은 편의시설을 만들어 운영하는 등 지자체가 의욕을 보인다. 부산의 장애인은 국내 최고 해수욕장을 곁에 두고도 다른 지역으로 피서가야 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김화영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


◇ 부산 해수욕장 장애인 편의시설 현황 ※자료= 각 지자체

장애인 유영구역 장애인 쉼터 휠체어 대여 휠체어 접근로 장애인 탈의장 광안리 ○ ○ ○ × × 해운대 × × ○ ○ × 송정 × × ○ ○ × 송도 × × × ○ ○ 다대포 × × ○ ○ × 임랑 × × × × × 일광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