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사업장 60곳 3만7000명
- 노동자 워라밸 반짝 만족감 불구
- 일부 오후 출근 밤늦게까지 일해
- 경영자 사업성 저하 우려 목소리
- 처벌 유예로 눈치 보는 사업장도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라 이달 1일부터 노동자의 주 52시간 근무가 시작됐다. 300인이 넘는 기업 가운데 특례·유예 업종을 제외하면 부산에선 60곳, 3만7000여 명이 해당될 것으로 추산된다. 시행 약 1주일이 지난 현재, 노동자는 일단 만족감을 드러냈지만, 일부 경영진은 사업성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 워라밸(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 실현까지는 갈 길이 먼 것으로 나타났다.

“오후 5시가 되면 PC가 종료됩니다. 퇴근하라는 겁니다.” A 건설사 직원 정병민(31) 씨는 8일 국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A 건설사는 오전에 2시간 동안 ‘집중 근무 시간’을 운영한다. 이 시간엔 회의를 하지 않고 걸려오는 전화를 받지 않아도 된다. 정 씨는 “아직 업무 부담이 커지지는 않았고 급여 삭감도 없어 직원들 사이에선 기대감이 돌고 있다”고 말했다.

전과 같은 양의 업무를 짧은 시간에 처리하는 데 대한 부담은 회사마다 다르게 나타났다. B 자동차 1차 협력사는 업무 시간 관리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업무 시간 외에 사내 메일 등 관련 프로그램 사용을 금지한다. 직원 김모 (40) 씨는 “업무량 조정은 없고 업무 시간 감시만 생겨났다”며 “피로감과 급여 삭감 우려에 취미 생활은 시작하지 못했다. 한동안 분위기를 지켜볼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런 관망세에 따라 아직 헬스·레저 업계에 눈에 띄는 활력은 돌지 않는다. 개인 트레이닝샵을 운영하는 트레이너 설동혁(31) 씨는 “아직 회원 증가 등 눈에 띄는 변화는 읽히지 않는다. 업계에선 2, 3개월이 지나야 직장인 유입이 늘 것으로 보고 유치 전략을 짜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반면 주 52시간 근무 부작용을 호소하는 노동자도 있다. 지역 철강 C 사는 근로 시간을 맞추기 위해 유연근무시간을 시행한다. 재경팀 등 일부 부서 직원들은 오후 2시께 출근해 밤늦게까지 일한다.

지난 5월부터 주 52시간 근무를 앞당겨 시행한 D 사에선 대표이사가 최근 경영 회의에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D 사는 과거 주당 45시간 근무를 기본으로 특근·야근 수당을 줬다. 지난 5월부터는 주 40시간을 일하면서 급여는 깎지 않되, 주당 12시간까지 가능한 특근·야근 등 수당은 없앴다. 직원 윤모(36) 씨는 “시행 이후 주당 40~43시간 정도만 일하는 직원이 늘자 대표이사가 ‘적어도 주당 52시간 근무해야 하지 않느냐’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며 “법이 정한 ‘최대 업무 시간’을 경영진은 ‘최소 업무 시간’으로 보는 셈이다. 조기 퇴근 문화가 정착하고 있었는데, 눈치 주기가 반복되면 수당도 없이 야근·특근을 해야 할까 우려된다”고 털어놨다.

한편 주 52시간 시행 이후 부산고용노동청에는 전화·인터넷 문의가 하루 평균 3.5건 꼴로 접수된다. 노동청 관계자는 “‘왜 우리 회사는 주 52시간 근로가 적용되지 않느냐’는 질문이 주를 이룬다”며 “모두 익명으로 문의하면서 회사 이름조차 밝히지 않았다. 일선 노동자들은 아직 눈치를 보고 있고, 워라밸 실현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호정 김민주 김봉기 기자 min8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