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진 10년 만에 첫 삽을 뜬 부산오페라하우스 공사가 전격 중단됐다. 부산시는 오페라하우스 건립을 전면 재검토한다는 입장이어서 파문이 일고 있다.

	24일 바라본 부산 북항 재개발구역 전경. 가운데 점선 부분이 부산오페라하우스가 들어서기로 계획된 곳이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부산시는 지난 5월 23일 착공한 부산오페라하우스 공사를 오거돈 부산시장의 민선 7기 출범과 동시에 중단했다고 24일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4월 시작해 12월까지 진행할 ‘오페라하우스 관리 운영 및 재정 효율화 방안 등 검토 용역’도 중단됐다.

이는 1억5000만 원이 투입돼 2022년 개관 예정인 오페라하우스의 효율적 운영 방안을 연구하는 용역이다.

오페라하우스는 2008년 5월 롯데그룹과 건립기부약정을 체결한 지 10년 만에 착공하면서 순항 중이었으나, 뜻밖의 암초를 만나 표류 위기에 놓였다. 오페라하우스는 북항 재개발 사업지 내 해양문화지구에 부지 2만9542㎡, 연면적 5만1617㎡, 지하 2층 지상 5층의 규모로 지어지며 ▷1800석의 대극장 ▷300석의 소극장 ▷전시실 ▷식음시설 등으로 구성된다. 사업비는 롯데그룹 기부금 1000억 원을 포함한 총 2500억 원이다. 시는 시공사(한진중공업)와 감리사(신화엔지니어링 등 4개사 컨소시엄)를 선정하고 공사를 진행 중이었다.

시가 전면 재검토로 갑자기 방향을 튼 것은 오 시장이 “뮤지컬 전용극장(문현금융단지 내 내년 4월 개관 예정)이나 콘서트홀(2020년 부산시민공원에 개관할 부산국제아트센터)등 부산의 다른 공연시설과 중복된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연장은 부산문화회관이나 부산시민회관, 영화의전당, 각 구립 문화회관에 이어 부산국제아트센터 등으로 꾸준히 확대돼 굳이 콘셉트가 겹치는 오페라하우스를 지을 필요가 있느냐는 논리다.

표면적으로는 기능 중복을 사업 재검토의 배경으로 들고 있으나 속내는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날 운영 비용에 대한 우려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시는 오페라하우스 연간 운영비로 250억 원 정도가 들 것으로 보고 있다. 1500억 원에 이르는 건립비(기금 제외)는 물론 매년 수백억 원대의 운영비가 부담이다.

이로 인해 부산시장직 인수위원회 때부터 오 시장이 취임하면 오페라하우스 사업을 전면 재검토할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인수위 건강한행복도시분과장을 맡았던 한국해양대 김태만 교수는 “부산 관광 랜드마크로서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막대한 시비가 투입되는 대형개발사업을 추진하기 전에 시민 의사가 반영돼야 하는데 과거 부산시는 그러지 않았고 졸속적으로 밀어붙였다”며 “대다수 시민을 위해 필요한 시설인지, 특정인의 놀이터로 세금 먹는 하마가 되지 않을지 등을 시민 공론화 과정에서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재검토를 통해 오페라하우스 계획이 폐기되면 롯데그룹이 기부한 기금은 북항 야구장 건립비로 돌리는 방안도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선정 기자 sj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