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동구 한 아파트에서 아버지와 함께 경비원으로 근무하던 아들이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가운데 해당 아파트 입주자대표가 아버지 경비원의 전보 조치를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동구의회)

지난 14일 오후 6시 30분께 구 모(46.여) 씨가 몰던 SM5차량이 아파트 상가 외벽을 들이받고 정문 경비실 쪽으로 돌진했다. 경비를 서던 김 모(26)씨는 갑자기 돌진한 차량을 피하지 못했고 즉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을 거뒀다.

아들과 함께 근무했던 아버지 김 씨는 경비용역업체와 입주자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이 사실을 알렸다. 다음 날 조문을 온 경비용역업체 관계자에게서 김 씨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입주자 대표회장이자 동구의회 더불어민주당 전근향 의원이 경비업체에 연락해 “아버지를 다른 사업장으로 전보 조치하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김 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입주자 대표회장에게 경비원 인사권이 있는 것도 아닌데 아들이 죽은 날 누구를 어디 보내라고 하는 것은 죽은 아들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뒤늦게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아파트 주민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열어 전 의원에게 김 씨에 대한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이후 자체 회의에서 전 의원은 입주자 대표회장직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은 입주자 대표회장 뿐만 아니라 의원직 사퇴 등 더 큰 책임을 져야 하는 거 아니냐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전 의원은 해당 발언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아버지 마음을 생각해 전보 조치를 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말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안타까운 죽음에 아파트 주민들은 경비원 김 씨를 친 차량 운전자 구 씨를 처벌해 달라는 탄원서 작성과 모금 운동을 벌였다. 1200만원 가량의 성금을 지난 24일 김 씨에게 전달했다. 주민 최 모(65)씨는 “함께 생활하던 경비원의 죽음을 다 같이 애도하는 분위기에서 아파트 대표라는 사람의 개념 없는 발언이 추모 의미를 퇴색시켰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영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