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日 사과·노동자상 건립 촉구

지난 5월 부산 일본영사관 인근 노상에 설치됐다가 철거된 일제강제징용노동자상을 둘러싸고 광복절 이후 또다시 갈등이 일 것으로 보인다. 광복절을 하루 앞두고 일제강점기 강제징용돼 일본으로 끌려간 선조의 2·3세 후손들이 부산을 방문해 일본의 사과와 노동자상 건립 보장을 촉구했다.

	광복절을 앞두고 방한한 재일동포 청년들이 14일 오전 부산 남구 일제강제동원역사관에서 한국 청년과 함께 일본 정부에 강제징용을 사과하고 배상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서정빈 기자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이하 겨레하나본부)는 14일 오전 부산 남구 대연동 일제강제동원역사관에서 ‘강제징용 문제 해결을 위한 한국-재일교포 공동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한국을 찾은 재일교포 7명과 일본인 4명, 한국인 청년 40명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재일교포와 일본인들은 겨레하나본부가 마련한 ‘생애 첫 고국방문’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 11일 입국했으며, 남북 노동자 축구대회를 관람한 데 이어 임진각DMZ 평화기행, 위안부 피해 생존자와의 만남 등 일정을 소화한 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발언에 나선 배동록(73) 씨는 1943년 일본 후쿠오카현에서 야하타 제철소에 끌려간 어머니로부터 태어난 강제징용 2세다. 후쿠오카현에서 1000회 넘게 ‘강제징용과 재일교포의 삶’을 주제로 강연을 이어왔다. 흰 한복을 입은 배 씨는 어머니가 강제징용된 배경을 설명하며 “해방 이후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재일교포가 됐다. 남북뿐 아니라 일본에도 이처럼 남겨진 ‘이산가족’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에서 교포로 살며 많은 설움을 겪었다. 동아시아에 전쟁이 없는 평화가 오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30대 교포는 “한국에 와서 강제징용 등 역사에 대한 관심이 생각보다 낮다는 것을 알았다. 아픈 역사를 외면하지 말고 관심을 기울이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공동요구안에서 일본 정부가 강제징용 역사를 인정하고 사과·배상해야 하며, 부산 일본영사관 앞 노동자상 설치가 보장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이 요구한 노동자상 건립 문제는 아직 접점을 찾지 못했다. 적폐청산부산운동본부에 따르면 파손 탓에 지난달 김서경 작가 작업실로 옮겨진 노동자상의 보수는 완료됐다. 이달 중 일본영사관 앞 설치가 다시 시도될 것으로 보인다. 운동본부는 15일 일본영사관 일대 집회·행진을 통해 일본의 사죄와 노동자상 건립 보장을 촉구한다.

김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