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폭염 영향 울창하게 자라
- 주요지점 못 봐 길찾기 헷갈려
- 통행금지 안내까지 가려 ‘아찔’
- 부산시 “미세먼지 고려해 놔둬”
- 시민들 “초행자 배려않는 행정”

긴 무더위가 극성을 부린 탓인지 거리 곳곳의 가로수가 올여름 유난히 웃자랐다. 부산 도심을 지나는 주요 도로의 가로수가 지나칠 정도로 우거져 이정표를 가린 것도 많지만 시는 자연 상태로 두는 게 좋다며 손을 놓고 있다.

	16일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로 동백역 방향 운촌삼거리 인근 이정표가 가로수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국제신문 취재진은 16일 200번 버스에 승차해 동래역에서 미포 문탠로드 입구까지 12.8㎞의 26개 정거장을 지나며 가로수와 이정표 상태를 확인했다. 기자의 눈에 띈 35개 주요 이정표 중 9곳이 잎사귀에 가려 있었다. 해운대구의 주요 거점인 벡스코와 요트경기장의 진행 방향을 알리는 이정표는 아예 가로수 가지 속에 파묻혀 있었다. 전방으로 1㎞ 이동해 우회전하면 부산 아쿠아리움에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대형 이정표 또한 상단부 절반 가까이가 나무에 가려 바로 밑까지 다가가지 않고서는 어느 장소에 관한 안내인지 알기 어려웠다. 또 미포오거리의 교통섬에 심은 가로수는 키가 웃자라 시야를 가렸다. 그 탓에 달맞이길 방면 ‘통행금지’를 알리는 교통표지판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원도심의 주요 도로 또한 사정은 비슷했다. 영도구 청학동 신한기공 앞 교차로의 이정표는 30ｍ 떨어진 거리에서도 이정표 우측 절반 가까이를 나무가 가렸다. 나뭇잎 뒤에 숨은 이 이정표에는 태종대 한국해양대 등 영도구의 주요 장소에 대한 교통 정보가 표기돼 있었다. 도시철도 자갈치역 8번 출구에서 중구 방면으로 이어지는 길목에 위치한 이정표의 오른쪽에는 가로수가 늘어져 이정표를 가렸다. 부산진구 범천동 범곡사거리의 이정표는 숨은그림찾기에 가까웠다. 동구에서 부산진구로 진입하는 길목인 이곳의 가로수는 울창했다. 그런 탓에 이 교차로를 지나면 부산진구에 들어가는 것임을 알리는 대형 이정표가 나무에 가렸다. 도로명을 알려주는 작은 이정표는 남다른 관찰력을 갖추지 않은 이상 찾을 수 없었다.

부산시의 입장은 문제의식을 느낄 수 없었다. 부산시 녹색도시과 관계자는 “미세먼지나 도시 열섬, 폭염을 줄이는 차원에서 가로수를 최대한 자연상태로 둔다는 게 현재 방침이다”며 “나뭇잎이 크고 많을수록 효과가 있다. 가로수가 이정표를 완전히 가릴 때는 부분적으로 조치하지만, 가지치기는 가급적 지양한다”고 덧붙였다. 서구 충무동 주민 여모(62) 씨는 “웃긴 말이다. 간판 가리니 가지 잘라 달라는 민원성 요청이면 모를까, 초행자들은 어떻게 하라고 이정표를 가리는 가로수까지 놔두겠다는 것인지 그 생각을 알기 어렵다”고 일갈했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