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지역 반려인 총 143만 명
- 제대로된 애견공원 없는 실정

21일 정오 부산 동래구 온천천 쌈지공원. 입구에 들어서자 ‘반려동물 산책놀이공원’이라는 팻말이 보인다. 팻말과는 달리 반려동물을 위한 놀이터 등은 하나도 없었고 산책로와 벤치 등도 일반 공원과 구별되지 않았다. 지난달 초 개장한 쌈지공원을 반려동물 공원으로 ‘무늬’만 바꾼 탓이다.

21일 부산 동래구 온천천 쌈지공원에 조성된 반려동물 산책놀이공원 입구. 입구에 선 팻말을 제외하면 동물을 위한 시설이 없어 일반 공원과 다를 바 없다. 김종진 기자

동래구는 김우룡 동래구청장의 대표 공약인 반려동물 산책놀이공원을 조성했다고 21일 밝혔다. 지난달 사직천 부근 1000㎡ 공간에 조성한 온천천 쌈지공원을 반려동물 산책놀이공원으로 재지정한 것이다. 동래구는 예산 100만~200만 원을 들여 간판을 2개 설치했고 향후 반려동물 분비물 수거 비닐과 집게 등을 비치할 계획이다, 수목 이식 작업은 내년 6월까지 진행하지만 쌈지공원 내 수목을 옮겨 심는 데 그쳐 큰 기대감을 불러일으키지는 않았다.

하지만 주민은 생색내기식 행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주민 윤서형(32) 씨는 “이곳이 아니더라도 어디든 반려동물과 산책할 수 있는 데다 반려동물 전용 시설이 하나도 없는데 누가 여길 찾아오겠느냐”며 “반려동물을 위한 공간이 생긴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하나 마나 한 사업을 했다”고 실망감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동래구는 반려동물 공원 조성이 반려동물과 일반인의 충돌을 막으려는 조치라고 해명했다. 동래구 관계자는 “온천천에서 반려동물 동행을 두고 민원이 많았다. 이에 반려동물 가구와 일반인의 산책로를 구분하자는 차원에서 공원을 조성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기준 부산지역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는 143만 명에 이르렀지만 제대로 된 반려동물 공원은 아직 한 곳도 조성되지 않았다. 부산시가 2016년부터 사상·해운대구에 애견공원을 설립하려 했으나 악취와 소음 우려 등 민원으로 부지 선정에 난항을 겪다 좌초됐다. 반면 2012년 3월 3억3800여만 원을 들여 조성한 울산애견운동공원은 전국적인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수양궁장 인근에 마련된 공원에는 애견수영장 등 다양한 시설이 마련돼 있고 반려동물 간 충돌을 막기 위해 동물의 크기에 맞게 공간도 분리해놨다. 이 때문에 전국 지자체의 벤치마킹도 잇따른다. 동물학대방지연합 김애라 대표는 “먼저 반려동물에 대한 혐오감을 줄일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한 뒤, 반려동물이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는 다양한 시설을 마련하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해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