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마항쟁 진상조사 작업 주춧돌

- 제대로된 진상규명 근거로
- 민주시민교육 역할 담당해야
- 내년 부마민주항쟁 40주년
- 기념 학술포럼·영화제 진행

# 부마기념재단 설립되기까지

- 창원 10월 18일 市 기념일 지정
- 부산은 민주화운동 사업 무관심

- 작년 6월 본지 보도 후 논의 착수
- 부산·마산 민주화단체 합심에
- 국회도 토론회·관련법 발의해
- 올 4월 정부 진상규명위 간담회
- 90여 단체 6월 설립추진위 발족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부마기념재단)이 설립되기까지 무려 39년의 세월이 걸렸다. 그동안 여러 단체와 개인이 개별적으로 부마항쟁을 기념하고 진실 규명 등의 행동에 나서면서 부마항쟁의 정신이 제대로 계승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뒤늦게 재단이 설립된 만큼 올바로 부마항쟁의 뜻을 계승해야 한다고 기념재단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22일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재단법인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 창립총회에서 임시의장으로 선출된 옥정애 부마진상규명위 위원이 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민주주의 발전의 주춧돌

이번에 발족한 부마기념재단 발기인은 총 99명이다.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와 부마민주항쟁 동지회 등 부산과 마산지역 다수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했다. 이는 5·18기념재단이 발족할 당시 발기인(71명)보다 많다. 그만큼 부마기념재단 출범을 바라고 재단에 공감한 시민이 많았음을 의미한다. 이날 발기인 총회에도 약 100명이 모여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관심은 총회 안건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여실히 나타났다. 발기인들은 창립선언문과 정관을 승인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정광민 10·16부마항쟁연구소 이사장은 창립선언문 제목인 ‘부마민주항쟁을 국민 속에 우뚝 세우자’를 ‘시민에 의한 부마민주항쟁’으로 수정하자고 제안했으나 원안 그대로 가결됐다. 정관의 목적 사업 역시 애초 9개항으로 돼 있던 것을 7개항으로 바꾸는 안을 두고 표결에 들어갔으나 이 역시 부결됐다.

오랜 기간이 걸려 설립된 기념재단인 만큼 재단의 역할도 중요하다. 재단은 정관 4조(목적사업)에 ▷부마항쟁 기념과 추모 ▷진상 규명 ▷학술 연구 교육 문화 ▷부마항쟁 관련자와 유족 위한 복지 ▷국내외 민주인권 단체와의 연대 사업 등을 넣었다. 특히 진상 규명과 시민 교육 사업은 부마항쟁을 제대로 규명하고 앞으로 그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사업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부마기념재단 고호석 상임이사는 “기념재단은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을 근거로 해야 설립 취지에 맞게 운영될 수 있다”며 “부마항쟁으로 민주주의가 많이 진전됐지만 민주주의는 조금만 소홀히 여기면 언제든 위협받을 수 있다. 민주시민 교육이 재단의 기본 사명이다”고 말했다. 부마기념재단은 부마항쟁 40주년인 내년 학술포럼을 비롯해 부마민주영화제 등을 개최할 예정이다.

■제안 1년여 만에 재단 설립

부마항쟁은 그동안 철저히 외면받았다. 특히 마산지역에서는 지난해 2월 부마항쟁이 진행된 10월 18일을 시 기념일로 정한 데 반해 부산은 이러한 논의조차 없었다. 부마항쟁을 비롯해 6월 민주항쟁을 주도한 부산이 정작 민주화운동을 기리는 사업에 무관심했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았다.

이에 국제신문은 지난해 6월 ‘6월항쟁 30년…일상의 민주주의로’라는 기획시리즈 중에서 ‘부마항쟁기념재단을 부산에’라는 기사를 통해 재단 설립을 최초 제안했다. 제주 4·3사건과 5·18광주민주화운동 등이 기념재단을 통해 그 의미와 가치를 지켜가는 것처럼 부마항쟁도 재단이 주축이 돼 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도 이후 부산과 마산지역의 민주화 단체 등에서는 연석회의를 열어 재단 설립에 동감하며 힘을 모으기 시작했다. 국회도 움직였다.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의원은 지난해 10월 12일 국회에서 ‘부마민주항쟁 기념 사업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열고 부마항쟁 재단 설립을 논의했다. 최 의원은 지난 1월 ‘부마민주항쟁 진상 규명 및 명예 회복 심의위원회(진상규명위)’ 활동을 3년에서 5년으로 늘리는 내용 등을 담은 ‘부마민주항쟁 관련자의 명예 회복 및 보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시민단체와 정치권이 힘을 보태자 정부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국무총리 소속 진상규명위는 지난 4월 부산과 마산지역 7개 부마항쟁 관련 단체와 처음으로 부마항쟁 재단 설립을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정부 주도 하에 재단 설립을 목적으로 부마항쟁 관련 단체가 모인 것은 처음이었다. 이후부터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지난 6월 7일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등 90여 개 단체를 중심으로 부마기념재단 설립추진위가 발족했다. 설립추진위는 지난 달 20일 재단 발기인과 이사회 인선위원회 구성 및 출연금 등을 논의했고 22일 발기인 총회에 이르렀다.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문정수 이사장은 “기념재단을 설립하는 데 그치지 않고 부마항쟁 정신이 우리 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부산과 마산이 긴밀히 협조하고 그 과정에 모든 국민이 함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

부마항쟁 재단 설립 추진일지 2017년  6월 22일 국제신문 부마항쟁 재단 설립 최초 제안 7월 10일 재단 설립 위해 부산·마산 민주단체 연석회의 개최 10월 12일 국회에서 최인호 의원 주최로 재단 설립 토론회 개최 2018년  4월 27일 정부 측(부마진상규명위)에서 처음으로 재단설립 간담회 개최 6월 7일 지역 시민단체 중심으로 부마기념재단설립추진위 발족 6월 29일 부마진상규명위, 재단설립 및 진상보고서 관련 회의 개최 7월 20일 부마기념재단설립추진위, 재단 구성 관련 논의  8월 22일 발기인 총회 개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