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성 헌법재판소장 등 헌법재판관 5명의 임기가 만료되지만 신임 재판관 인선 절차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헌재가 사상 초유의 재판관 4인 체제를 맞는다.

18일 국회와 헌재에 따르면 국회 인사청문회를 마친 유남석 헌재소장 후보자와 김기영 이영진 이종석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동의를 위한 국회 본회의 표결은 오는 20일 오후 진행된다. 신임 헌재 소장과 재판관 임명은 20일 이후에나 가능하게 됐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용우 기자

이 헌재소장 등 재판관 5명은 국회 표결 전인 19일 임기를 마치고 헌재를 떠나므로 헌재 4인 재판관 체제가 실제 상황이 됐다. 만일 국회 표결이 의원들의 불참으로 이뤄지지 못하거나 부결되면 재판관 공백은 더욱 길어진다.

게다가 이석태 이은애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임명도 제때 이뤄질 가능성이 작다. 두 후보는 대법원장이 지명해 국회 표결을 거칠 필요는 없지만, 인사청문회 보고서 채택을 두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서다. 문재인 대통령이 보고서 채택 절차 없이 곧바로 두 후보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할 수 있지만, 정치적 부담이 커서 실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대신 대통령이 국회에 재차 청문회 보고서 채택을 요청하고 지나도 응답이 없다면 보고서 없이 채택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는다. 다만 남북정상회담 등 일정을 고려하면 두 후보자의 임명은 추석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재판관 4인 체재에서는 헌재 업무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우선 의사정족수가 7명인 평의는 열릴 수 없다. 평의는 심판 결론을 내기 전 재판관 전원이 참석해 심리에 필요한 절차를 논의하고, 쟁점별 의견을 나누는 회의로 통상 월 3회 열린다. 헌법소원 사전심사도 지장이 생긴다. 심사는 3명으로 구성된 지정재판부가 맡는데, 4인 체제로는 지정재판부를 한 부밖에 구성할 수 없어서다.

재판관 5명 공석 사태가 가시화하자 헌재 내부에서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었는데도 정치권이 늑장을 부렸다는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청와대가 지난달 29일 유남석 헌재소장 후보자를 지명했을 때도 ‘공백 사태’ 우려가 나왔다. 국회도 헌법재판관 후보자 추천 몫을 두고 여야 간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지난 3일에야 바른미래당이 이영진 후보자를 추천했다. 자유한국당은 당내 조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다른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가 열린 뒤인 지난 10일에야 이종석 후보자를 추천했다. 19일에는 이진성 헌재소장 등 재판관 퇴임식이 진행된다. 그러나 인선 절차 지연으로 20일로 예정됐던 신임 헌재소장 재판관 임명식도 무기한 연기될 전망이다. 정철욱 기자 일부 연합뉴스 jc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