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경찰, 22명 기소의견 송치
- 타 병원까지 수사 확대할 예정

울산의 한 여성병원에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장기간 대리수술한 사실이 경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울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보건범죄단속법(부정의료업자) 위반 등 혐의로 울산 모 여성병원장 A 씨 등 의사 8명과 간호사 8명, 간호조무사 6명 등 총 22명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고 20일 밝혔다.

경찰은 죄질, 횟수, 가담 정도 등을 고려해 원장과 주범 격인 간호조무사 B 씨 등 2명의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고 피의자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법원에서 영장이 기각됐다.

광역수사대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간호조무사 B 씨는 2014년 12월부터 지난 5월까지 모두 710여 회에 걸쳐 제왕절개와 복강경 수술 시 부위를 봉합하고 요실금 수술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간호사 C 씨도 이 기간 제왕절개 봉합 시술을 10여 회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외 다른 일부 간호조무사와 간호사는 B 씨가 수술·시술하는 동안 수술용 도구를 건네주며 불법 행위를 도운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또 이 병원에선 의료 관련 자격증이 없는 사람이 수술 환자의 환부 소독 등 수술실 보조 업무를 맡은 사실도 밝혀냈다.

원장 A 씨 등 의사들은 B 씨가 대리수술하는 동안 외래환자를 진료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특히 원장의 경우 이 같은 무면허 의료 행위로 요양급여비 10억여 원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해 수령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 요양급여비를 회수할 수 있도록 보건 당국에 통보했다.

수사를 위해 경찰은 병원을 두 차례 압수수색해 수술·진료기록, 마취 기록지, CCTV 영상 등을 확보해 혐의 사실을 밝혀냈다. 경찰 조사에서 B 씨는 혐의 사실 일부를 시인했고, 의사 8명 중 1명도 대리수술시킨 사실을 일부 인정했다. 그러나 원장 등 나머지 의사 7명과 간호사는 혐의 전부를 부인했다고 경찰은 덧붙였다.

경찰 관계자는 “이 병원에서는 이 같은 형태의 불법 대리수술이 아무렇지 않게 이뤄졌다. 다른 병원도 유사 사례가 있을 수 있어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음성적인 무면허 의료 행위를 예방하기 위해 수술실 출입구 CCTV 설치 의무화, 환자·보호자의 요청 시 수술실 CCTV 촬영 허용 등을 법제화하도록 보건복지부에 제도 개선을 건의하기로 했다.

한편 의료기기 영업사원에게 대리수술을 시킨 혐의로 구속된 부산 영도구 모 정형외과 원장이 최근 구속적부심에서 풀려나 진료를 한 것으로 밝혀져 공분을 사고 있다. 영도구 보건소는 원장 D 씨가 지난 17일부터 진료를 재개했다고 밝혔다. 보건소는 20일 진료를 하는지 확인에 나섰으며 3개월 업무정지 처분을 내릴 계획이다.

방종근 신심범 기자 jgba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