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삼정더파크 안전 점검
- 연2회 탈주 대비 가상훈련
- 동물단체 “시가 직영해야”

지난 18일 대전의 한 동물원에서 우리를 탈출한 퓨마가 사살된 것을 계기로 동물 복지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와 함께 격앙된 퓨마를 사살한 조처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가운데 부산시가 이날 지역 유일의 동물원인 삼정더파크를 점검했다.

대전의 한 동물원에서 탈출한 퓨마가 사살되며 동물복지에 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20일 삼정더파크 맹수 사육시설에서 부산시 관계자가 사육사들의 시건장치 점검 활동을 체크하고 있다. 박수현 기자 parksh@kookje.co.kr

20일 오후 2시 부산진구 초읍동 삼정더파크. 가랑비가 날리는 가운데 시 환경정책과 직원 2명이 호랑이 사자 등 맹수를 비롯한 동물의 우리를 점검했다. 삼정더파크에는 호랑이·사자 우리를 포함해 동물을 수용하는 건물이 20개소이며 면적은 1827.4㎡에 달한다.

이날 점검은 대전 퓨마 탈주 사태와 관련해 지난 19일 환경부가 내린 공문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시는 우리의 잠금장치 상태와 사육사 업무 인수인계·교육 여부 등 안전관리 전반을 점검했다. 맹수의 출입문은 이중으로 돼 있으며, 사육사는 맹수가 들어올 수 없는 별도 내실의 문을 통해 드나드는 것으로 파악됐다. 시는 검사 결과에 따라 자체 보고서를 작성할 예정이다.

논란의 ‘사살 조처’에 대해서는 명확한 기준을 세우기 어렵다는 게 삼정더파크 측 설명이다. 삼정더파크에는 포유류 조류 양서류 파충류 등 동물 730여 마리가 있다. 이 가운데 맹수로 분류할 수 있는 동물은 사자 호랑이 곰 흑표범 등 32마리다.

삼정더파크는 안전관리계획에 따라 연간 2회 이상 동물의 탈주에 대비한 가상 훈련을 실시한다. 계획상 동물이 우리를 벗어나면 본부장을 중심으로 대책반이 구성되며, 방문객을 대피시킨 후 상황반과 포획반, 마취반이 동물 포획에 나선다. 안전계획은 사람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되 ‘동물이 흥분한 상태로 포획이 어려우면 마취 또는 사살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삼정더파크 관계자는 “탈출한 동물의 속성과 상황, 시간대 등 여건이 천차만별일 수 있어 마취나 사살 기준을 명확히 정해두기 어렵다”며 “다만 퓨마 사고를 계기로 국민적 관심이 높은 만큼 한국동물원수족관협회(KAZA) 차원에서도 기준 세분화 등 검토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시동물의 복지 확대 또한 화두다. 일생을 우리에서 보내야 하는 전시동물의 처지를 우려해 대전은 물론 전국 동물원의 규정 강화나 심지어 폐쇄를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도 등장해 수만 명이 동의했다. 동물 단체는 삼정더파크의 경우 시가 인수 및 직영 약속을 빠르게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김애라 대표는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동물원은 논란의 대상이다. 우리가 아닌 수만 평 규모의 부지를 확보한 동물원도 등장했지만 국내에서는 여건이 마땅치 않다”며 “적어도 투명한 운영을 담보할 수 있는 시가 동물원을 직접 운영하고, 전문가와 동물보호단체 등이 참여하는 운영위원회의 견제를 받는 것이 차선책”이라고 말했다.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