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스포츠도박에 빠져 친고모에게 23억 원을 빌리고 갚지 않은 30대 회사원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이 남성이 3년 동안 도박에 탕진한 돈은 무려 60억 원으로 드러났다.

부산지법 형사5부(최환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회사원 A(32) 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고 28일 밝혔다. 범죄사실을 보면 2013년부터 불법스포츠도박을 시작해 많은 돈을 잃은 A 씨는 도박으로 돈을 따 손해를 회복하기로 마음먹고 2015년부터 고모에게 갖은 거짓말을 하며 돈을 빌리기 시작했다.

A 씨는 처음 “음주운전 벌금 500만 원을 내지 못하면 구속될 수 있다. 교통사고 합의금이 나오면 갚을 테니 350만 원만 빌려달라”며 250만 원을 빌렸다.

이후 “교통사고로 다친 머리를 검사하는 비용이 필요하다” “대출 이자가 밀려 독촉을 받고 있다” 등 갖은 거짓말로 돈을 빌렸다.

빌린 돈이 10억 원이 훌쩍 넘은 지난해 2월에도 “보증보험회사에서 맡아둔 전자화폐 11억5000만 원을 현금화하는 데 보증금과 수수료가 필요하다. 현금화하면 이전에 빌린 돈을 모두 갚겠다”며 돈을 요구했다.

믿지 못한 고모가 “보증보험사의 공문서를 보여달라”고 요구하자 A 씨는 보증보험 직원이 서명한 확약서를 위조해 고모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이렇게 A 씨는 고모로부터 2015년 4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397회에 걸쳐 23억600여만 원을 빌렸다. 마지막 무렵에는 고모에게 추가로 돈을 빌려주지 않으면 앞서 빌린 돈도 갚을 수 없다고 속여 돈을 받아냈다. A 씨가 고모에게 갚은 돈은 4억 원뿐이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고모를 속이려고 지어낸 이야기는 매우 구체적이고 교묘하며, 상황에 따라 진화했다. 친족인 고모의 동정심과 가족애를 자극한 범행 수법은 매우 교활하고 범행 기간 태도도 파렴치해 죄책을 엄히 묻는 게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해자 가족은 극심한 정신·경제적 피해를 호소하며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으며 피고인은 사기 범행을 저지르는 동안 60억 원을 불법도박 자금으로 사용해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정철욱 기자 jc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