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가원·인재진흥원장 자리에도
- 인수위 출신 ‘코드 인사’ 유력

부산시 공공기관 인사가 한창인 가운데 전문성 없는 ‘코드 인사’를 한다는 뒷말이 곳곳에서 나온다.

1일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관광공사 신임 사장으로 정희준 동아대 체육학과 교수가 내정됐다. 정 교수는 초·중학교 때 운동선수로 뛰다가 대학에서 체육학을 전공하고 강단에서 오랫동안 학생을 가르쳐왔다. 올해 한국프로축구연맹이 만든 ‘K리그 발전위원회’ 자문위원으로 임명돼 활동하는 등 정 교수의 주 무대는 체육계라는 점에서 관광공사 신임 수장 소식에 해당 기관과 업계는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 교수의 관광 업무와 관련된 경력은 사실상 전무하다. 관광공사는 업무 재편이나 부산관광 비전 제시 등 과제가 산적한데 비전문가를 왜 앉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오거돈 부산시장 인수위원회 시절 인수위와 별도로 꾸려진 시민소통위원회에서 활동한 경력이 인선에 주요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당시 시민소통위는 시민행복정책단과 시민행복경청단, 취임식준비단 등 3개 조직으로 운영됐는데 정 교수는 이 중 시민행복정책단장을 맡았다. 시민행복정책단은 정책 제안 온라인사이트 ‘OK 1번가’를 운영해 시민의 다양한 정책 제안을 받았다. 코드 인사 논란에 정 교수는 “지금 관광공사에는 콘텐츠 개발이나 홍보, 마케팅 강화가 필요한데 이 부문은 어느 누구에도 뒤지지 않는 경력을 갖고 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부산여성가족개발원 신임 원장 역시 인수위 시절 건강한행복도시분과에서 위원으로 활동한 성향숙 부산가톨릭대 사회복지상담학과 교수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 교수는 오 시장 후보 시절 캠프에서 여성특별위원회 활동을 한 바 있다. 주로 여성이나 가족·보육 관련 정책을 수립하고 사업을 수행하는 기관의 수장 자리에 사회복지상담학 전공자는 다소 생소하다는 평가다.

부산인재평생교육진흥원 원장에는 시민단체 출신인 박영미 씨가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를 역임한 박 씨는 지난 6·13지방선거에서 영도구청장 출마를 노렸으나 더불어민주당 공천 경쟁에서 탈락한 인물이다. 교수 등 주로 교육계 인사가 맡아온 평생교육원장 자리를 시민운동가가 맡을 것으로 전망돼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평생교육원장 공모에 응모한 한 지원자는 “경력을 제출하라고 해놓고 정작 비경력자를 뽑을 거면 처음부터 자격 요건을 요구하지 말았어야 했다”며 낙하산 인사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스포원(부산경륜공단) 본부장과 부산환경공단 감사 자리도 캠프에서 활동한 인사가 맡을 것으로 보인다. 부산도시재생지원센터 신임 원장으로는 오 시장 캠프에 정책 조언을 했던 변강훈 마을운동가가 내정됐다. 한편 부산시는 25개 공공기관 45명의 기관장 및 임원 등에 대한 인선을 늦어도 다음 달 말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이 중 6개 공사·공단은 인사 검증을 거쳐 이달 말까지는 인사 절차를 마치기로 했다.

이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