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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를 위하여 <4> 지원금이 능사 아냐

돈으로 채우기도 한계… 워킹맘에 돌봄시간 쪼개줘야

  • 국제신문
  • 조민희 기자 core@kookje.co.kr
  •  |  입력 : 2018-10-11 18:59:59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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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각 지자체 출산장려금
- 최대 360만 원 쏟아 부어도
- 출산율 증가로 이어지지 않아

- 부모는 오전 8시 집 나서는데
- 아이는 9시는 돼야 어린이집행
- 남의 손 빌려야하는 등·하교
- 일시적 지원금 퍼주기보다는
- 유연근무제 등 정책 정착 절실

최근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한 자녀가 20살이 될 때까지 총 1억 원을 지급하는 출산 주도 성장을 제안해 논란이 됐다. 출산 시 2000만 원 지급, 성인이 될 때까지 월 30만 원씩 나머지 8000만 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대중의 반응은 싸늘했다. 출산 및 육아에 있어 돈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돈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없는 까닭이다. 부모 혹은 예비부모는 아이와 자신의 삶과 미래를 걱정하는데 정책 입안자는 아직도 이를 전혀 깨닫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일회성 출산장려금 실효성 적어
   
지난 7월에 열린 부산 2018 워킹맘 페스티벌에서 하이힐 패션쇼에 참가한 워킹맘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제신문 DB
정부와 각 지자체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출산 시 출산장려금 또는 출산지원금 등의 이름으로 현금을 지급한다. 현재 국가에서 지급하는 출산장려금은 지난달부터 지급된 아동수당(만 72개월까지, 월 10만 원)이다. 상위 10%가량의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일부 가정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지급된다.

여기에 부산의 경우 시가 둘째 자녀 출산 시 50만 원, 셋째 이후 자녀 출산마다 150만 원을 지급한다. 부산 내 16개 구·군도 출산 횟수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최소 10만 원에서 최대 360만 원을 준다. 부산 기장군과 남구에 각각 사는 A 씨와 B 씨가 셋째 자녀를 낳는다고 가정할 때 A 씨는 부산시와 지자체 장려금을 합해 총 510만 원을 받는 데 반해 B 씨가 받는 금액은 총 180만 원에 그친다. 각각 부산에서 같은 수의 자녀를 낳았지만 지원금은 최대 3배 가까이 차이 난다.

전국적으로 이 같은 상황은 비슷해 전국으로 비교하면 그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출산장려금은 사는 지역에 따라 금액이 천차만별인 것도 문제지만, 우리나라 전체로 따져도 출산율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부산에서 자녀를 낳을 사람이 지원금을 많이 주는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을 뿐, 우리나라 전 출산율 증가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뜻이다. 특히 혹할 정도로 큰 지원금액을 내걸었다가 허위 전입신고자가 늘어 예산만 낭비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부산여성가족개발원이 지난해 12월 내놓은 ‘부산시 결혼출산 장려지원 사업 성과 및 발전방안’ 보고서 내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미혼·신혼부부·1자녀가구 모두 자녀 출생 시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은 ‘출산·양육비 등 경제적 부담’(각각 40.3%, 48.3%)이라고 응답했다. 하지만 부산시 출산장려 정책 중 확대 필요성이 높은 정책을 꼽으라는 질문에서 출산장려금은 청년일자리 추진 강화, 영·유아 건강관리 지원, 출산장려기금 조성 및 활용 등에 이어 8번째에 머물렀다.

이 설문조사에 참여한 한 30대 미혼여성은 “젊은 층은 아주 먼 미래까지 생각하면서 살고 있는데 정부는 아주 일차원적으로 생각하는 거 같다”며 “결혼하면 얼마 줄게, 출산하면 얼마 줄게의 그런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아이를 낳으면서 우리 삶과 환경이 어떻게 변하고 이 아이의 미래를 걱정하는데 정부는 이를 모르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일회성에 그치는 출산장려금보다는 부모와 아이의 삶의 질을 높이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전반적인 육아비용을 줄일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뜻이다.
   
■부모·아이 스케쥴 맞춰야

최근 들어 정부는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을 외치며 근무시간을 줄이고 개인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퇴근 시간이 빨라짐에 따른 만족도는 대체로 높은 편이다. 하지만 여기서 그쳐서는 안 된다. 장기적으로 부모의 출퇴근 시간과 아이의 등하교 시간을 유사하게 만들어야 외부 돌봄 수요를 줄이는 근본 대책이 될 수 있다.

현재 일반적인 부모의 출퇴근 시간은 오전 8시와 오후 7시 전후다. 이에 반해 연령 및 기관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아이의 등하교(원) 시간은 오전 9시와 오후 4시 전후다. 부모와 아이 간 최소 오전 1~2시간, 오후 3~4시간의 돌봄 공백이 발생한다. 부모의 이동시간을 포함하면 돌봄시간은 더욱 늘어난다.

이 때문에 어마어마한 규모의 돌봄 수요가 발생하고 그에 따른 돌봄 인프라와 막대한 예산이 수반된다. 선진국에서는 부모가 출퇴근 시간에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오후에는 퇴근과 함께 학교에서 아이를 데리고 오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스웨덴의 경우 부모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하루 6시간(점심시간 1시간 제외) 근무한 뒤 퇴근길에 아이와 함께 귀가한다. 저녁은 당연히 가족과 함께 먹는다. 4살 남자아이를 둔 직장맘 최모(36·부산 금정구 남산동) 씨는 “양가 어른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 보니 온전히 돌봄은 우리 몫인데 지금의 근무시간으로는 남의 손을 빌리지 않을 수 없다”며 “아이와 하루 스케줄이 비슷하다면 굳이 사람을 쓸 이유가 없고 ‘가족과 함께하는 저녁’이 가능해진다”고 토로했다.

출산장려 캠페인을 벌이는 비영리 민간단체 ‘하이(High) 출산 365’ 조규옥 대표는 “유연근무제 등 일·가정 양립을 위한 제도가 도입됐지만 실제 시행되는 곳은 소수에 불과하다”며 “출산장려금 등 일회성에 그치는 지원이 아닌 전반적인 삶의 질을 높이고, 아이를 낳으면 관련 문제를 지역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민희 기자 cor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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