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책특보 시정 월권 논란

- 난 결재 권한 없는 일개 특보
- 빠른 업무 처리 돕는 데 충실

# 정현민 행정부시장과 갈등설

- 20년 된 친분, 갈등 말도 안 돼
- 부산발전 협력·의지하는 사이

# 인적 쇄신·조직 개편 과제

- 실·국장 선심성 결재 이해 안 돼
- ‘늘공’ ‘어공’ 출신 따져 뭐하나

- 오 시장 “정무직은 혁신 활력소”

민선 7기 부산시정 혁신의 ‘아이콘’이자 오거돈 부산시장의 ‘복심’인 박태수(52) 정책특별보좌관이 지난달 29일 사의를 표명했다가 6일 업무에 복귀했다. 비록 8일간의 공백이었지만 그의 행보는 시나 시의회 전반에서 크게 주목받았다.

박태수 부산시장 정책특별보좌관이 6일 집무실에서 국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그는 정책특보의 역할 등을 설명하면서 공직사회를 강하게 비판했다. 송진영 기자

박 특보는 이날 국제신문과 인터뷰를 하면서 “결재 권한도 없는 일개 특보가 월권을 하고, 어떻게 시정 전반을 좌우할 수 있겠느냐”면서 “담당 부서의 수월하고 빠른 업무 처리를 위해 고민하고 돕는 본분에 충실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대가 달라졌지만 정권이 바뀌었다는 것을 시민이 체감하지 못한다. 예산과 정책이 바뀐 시대를 빨리 따라가야 하는데 속도가 더뎌 안타깝다”며 “그동안 시의 공직사회는 업무 결재는 쉽고, 업무 추진은 어렵다는 병폐에 익숙해졌다. 치열한 고민과 검토를 거치는 어려운 결재 과정이 있고, 결정된 사안은 신속하게 처리하는 게 공무원의 자세”라고 공직사회를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다음은 박 특보와의 일문일답.

-사의 표명 배경은 무엇인가.

▶낙동강 에코센터 민간위탁 검토 건은 시장 지시 사항이었다. 정책특보를 비롯해 시 정무팀은 시장의 공약과 지시 사항을 직접 챙기고 점검한다. 지금도 그 외의 일은 관여하지 않고, 해서도 안 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그런데 에코센터를 산하에 둔 낙동강관리본부에서 민간위탁 불가 방침을 보고했다. 시장 지시 사항이어서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더니 그런 사항을 전달받은 적이 없다면서 바로 행정부시장에게 결재를 받겠다고 했다. 그래서 다섯 번이나 행정부시장에게 시장 지시 사항인 만큼 협의를 해야 한다고 했지만, 이미 부시장 결재가 난 상황이었다. 행정부시장이 결재한 사안을 정책특보가 뒤집을 수는 없다. 그런데 정책특보의 월권이라고 하니 답답하면서 역할에 한계를 느꼈다.

-‘늘공’(늘 공무원)과 ‘어공’(어쩌다 공무원)의 대립 구도라는 분석도 있다.

▶출신이 중요한가. 다 같이 시민과 시정을 위해 일하는데, 출신을 따지고 대립할 이유가 어딨나. 일부 정치적 목적을 가진 쪽에서 이야기가 나오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대립구도는 묵묵하게 본연의 임무를 다하는 시 전체 공무원을 욕보이는 것이다. 일 처리 방식이 다를 수도 있지만 이는 상호 보완 과정으로 시너지 효과라고 보면 된다. 오거돈호의 정무팀은 시의 업무 추진의 신속성과 적확도를 높이면서 업무의 우선순위 정도를 점검하기 위해 존재한다. 우리의 결정을 따라오라는 게 절대 아니다. 예산 확보 등을 돕고 업무 추진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정현민 행정부시장과의 갈등설은.

▶정 부시장과의 친분은 20년 전부터 시작됐다. 시민사회에서 일할 때 주민자치센터 사업을 하면서 담당 과장으로 연을 맺었다. 부산 발전을 위해 의기투합을 해도 모자랄 판에, 시장이 모시고 온 정 부시장과 갈등은 있을 수 없다(정 부시장도 이와 관련해 이날 “전혀 사실이 아닌, 이상한 구도를 만들어놨는데 박 특보와 충돌하거나 갈등을 빚을 일이 없다. 시에 박 특보의 정무 감각과 능력은 필요하다. 갈등을 부추기지 마라. 부산 발전이라는 목표를 향해 협력하고 의지하는 사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오거돈호의 정책 방향은.

▶시간이 없다. 임기 4년, 길게는 재선을 목표로 해도 8년인데 현안은 산적하고 예산은 없다. 예산과 정책의 획기적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버릴 것은 버리면서 예산과 정책에서 선택과 집중을 대폭 강화하겠다. 결재는 어려워야 한다. 실·국장이 선심을 쓰듯 쉽게 결재하고 나면 뒷감당은 시장이 해야 한다. 악역을 왜 시장에게 떠넘기는지 이해할 수 없다. 추상같은 원칙과 기준을 세워 결재 과정은 엄중하면서도 치열해야 하고, 결정된 사안은 신속하게 추진하고 현장에 반영하는 게 시민을 위한 공직자의 도리다. 내년도 예산안에 정권 교체, 시대 변화의 메시지를 담고자 시 공무원들이 합심해 노력했다. 아울러 내년이 사실 민선 7기의 첫해다. (오 시장도) 대대적인 인적 쇄신과 조직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한편 오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정무직은 23년 만에 최초로 정권이 교체된 시의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 투입된 혁신의 활력소”라며 “기존 공직사회의 안정성과 정무직들의 역동성이 조화롭게 어울린다면 그 힘이 민선 7기의 성공, 시민 행복을 위한 에너지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날 박 특보의 복귀를 직접 알린 데 이어 또다시 정무직에 힘을 실어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