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조 신분증으로 공인영어시험 대리시험을 시도한 ‘선수’와 의뢰인이 경찰에 무더기로 잡혔다. 의뢰인들은 회사원, 취업준비생 등으로 취직, 승진은 물론 로스쿨 지원에 부당하게 얻은 영어점수를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합성사진을 활용해 토익 텝스 오픽 등 시험에 위조신분증을 가지고 대리 응시하고 부당 이득을 얻은 혐의(업무방해 등)로 브로커, 시험의뢰자 등 2명을 구속하고 33명을 형사 입건했다고 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선수’로 불린 브로커 5명은 대부분 미국 캐나다 등지에서 유학을 마친 뒤 국내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으로, 대리시험 1회당 300만~500만 원을 받고 의뢰자가 원하는 점수를 취득했다.

　선수들은 인터넷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토익/텝스 등 어학시험 대필/합격보장/비밀보장/필요한 점수를 맞춰 드립니다’라고 광고성 댓글을 올린 뒤 대리시험 의뢰자를 모집했다.

　이후 선수들은 얼굴 합성 애플리케이션으로 자신의 얼굴과 의뢰인의 얼굴을 합성 조작한 뒤 신분증을 재발급받아 시험 감독관의 눈을 속이는 수법으로 시험에 대리 응시했다.

　이들 선수 중 1명은 합성사진을 운전면허시험장에 제출해 운전면허증을 재발급받으려 했으나 식별 시스템에 걸리자 태국 현지에서 위조한 신분증을 구매해 범행을 저질렀다.

　이런 방법으로 선수들이 2015년 6월부터 지난해 12월 31일까지 선수들이 토익 텝스 오픽 시험에 대리 응시해 의뢰자 30여 명으로부터 얻은 부당 이득은 1억여 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검거된 대리시험 의뢰자들은 회사원(19명) 대학생(5명) 취업준비생(6명) 등으로, 이들은 부당하게 얻은 토익, 토익스피킹, 텝스, 오픽 점수를 취업, 승진, 로스쿨 입시 등에 사용했다.

　국제범죄수사대는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등 공문서를 태국 현지에서 위조해 국제우편으로 발송한 브로커 등 11명을 추적 조사해 검거하겠다는 계획이다.

　김병수 국제범죄수사대장은 “신분증을 발급하는 부처에 현장 촬영한 사진으로 신분증을 발급하거나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개발 AIIS(에이스)시스템 등 얼굴식별프로그램을 전면 도입할 것을 권고할 예정”이라며 “국제우편으로 배송되는 위조신분증에 대한 세관 검색 강화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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