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리점에 일방 계약종료 통보

- “손해보며 판매처 뚫었는데…”
- 뿔난 점주들 법적 대응 계획

식품회사 ‘청정원’으로 유명한 대상그룹이 손해를 봐가며 판로를 개척해온 대리점 주인들에게 일방적으로 계약 종료를 통보해 갑질 논란이 일고 있다. 대리점주들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소송도 불사할 태세다.

부산 동래구 안락동에서 각종 김치 상품을 슈퍼마켓 등에 납품하는 종합대리점 주인 A 씨는 지난 추석 연휴를 앞두고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전해 들었다. 올해 말을 끝으로 ‘종가집’ 브랜드 제품을 공급하지 않겠다는 통보를 받은 것. A 씨 외에도 부산에서 종가집 김치를 들여와 납품하는 대리점주 6명 또한 일방적인 계약 종료 내용증명서를 받았다.

종가집은 국내 포장김치 시장점유율 1위 브랜드다. 아시아로 수출되는 전체 김치 물량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독보적이다. 두산 그룹에서 운영하던 것을 2006년 대상그룹이 인수해 ‘대상FNF’라는 계열사를 세워 운영해왔다. 이를 통해 대상은 대표 브랜드 ‘청정원’이 취급하지 않던 김치 두부 등 냉장 식품 시장에 발을 들였다. 대상FNF는 2016년 12월 대상에 합병됐다. 대상 그룹은 대상FNF 합병 과정에서 대리점 수가 크게 늘었다는 이유로 종가집 제품만 취급하는 대리점에만 제품을 공급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기존 점주들에게 계약 종료 통보를 했다.

대리점주들은 ‘토사구팽’ 당했다며 울분을 토했다. A 씨는 “처음 대리점 계약을 맺었던 2010년 무렵만 해도 부산에는 종가집 김치가 잘 진열되지 않았다. 당시 대리점주들은 각 매장에 입점비까지 쥐어주며 판로를 뚫어 월 50만 원 수준이던 매출을 2000만 원까지 끌어올렸다”면서 “손해를 봐가면서까지 판매처를 확보해온 공로는 무시한 채 이제 와서 자사 제품만 취급하는 대리점에만 상품을 공급하겠다는 것은 명백한 갑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리점주들과 면담한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 이정식 회장은 “시장 개척이 끝난 상황에서 자사 제품만 취급하는 대리점에만 제품 공급을 맡겨도 괜찮다고 판단한 것이다. 문서 하나로 모든 관계를 정리하려는 것은 대기업의 횡포”라고 말했다.

대리점주들은 대상그룹이 방침을 바꾸지 않으면 공정거래법 위반 등으로 고소하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 회장은 “상황 타개가 여의치 않지만 최소한 공론화가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 같은 대기업 갑질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상그룹 관계자는 “대상FNF 합병 과정에서 대리점 수가 지나치게 많이 늘어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재정비가 필요했다. 기업 성장을 위해 내린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