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기관 길들이기냐’ 내심 불만 속
- 내년 사업 예산 삭감될까 전전긍긍

공사와 공단, 출자·출연기관의 대대적인 쇄신에 나선 부산시가 연일 강도 높은 개혁 드라이브를 걸면서 산하 공공기관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시는 앞서 기관장 ‘임기 2+1’이라는 파격적인 인사를 도입한 데 이어 사상 유례없이 운영비 지원 유보 등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하지만 시 산하 공공기관은 내년도 사업 차질 등의 우려에도 불구, 여느 때보다 강경한 시의 눈치만 살피면서 속만 앓고 있다.

■인사와 예산, ‘조건’ 있는 유보

오거돈 부산시장은 지난주 민선 7기 첫 예산안인 내년도 본예산을 편성해 시의회에 제출하면서 이례적으로 공공기관 관련 예산을 직접 언급했다. 오 시장은 “투명성 부족으로 시민에게 질타를 받아온 공공기관 관련 예산을 대폭 유보했다”면서 “투명하지 않으면 지원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공사 공단 출연기관의 운영비 316억 원, 교통공사 운영적자 지원금 중 148억 원 등 구체적인 수치도 제시했다. 본예산에는 배정하지 않는 삭감 조처지만 공공기관의 투명성 제고 및 조직 혁신 등의 성과 또는 계획이 있으면 추가경정 예산으로 지원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 ‘유보’라는 표현을 쓴 것이다.

오 시장은 앞서 공공기관장의 책임 및 성과 경영을 강조하면서 취임 2년 뒤 중간평가를 거쳐 남은 임기 1년을 보장하는 파격 인사 방안도 도입했다. 성과에 따라 임기(3년) 중에도 해임할 수 있다.

■“내년 계획 수정” 비상 걸린 공공기관

시의 강경한 입장에 산하 공공기관은 충격에 휩싸였다. 무엇보다 시가 갑작스럽게 예산 지원 유보를 선언하면서 당장 내년도 기관 계획 수립 등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상당수 기관은 시의 예산안 편성이 완료될 시점까지도 시의 ‘삭감성 유보’ 방침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기관은 올해 처음 시행할 예정이었던 행사 가운데 2개 이상을 통째로 취소하는 등 비상이 걸린 상태다.

시의 이 같은 방침은 민선 7기 출범 이후 조직 개편 때 핵심부서인 재정기획관실에 공공기관 혁신팀이 신설되면서 어느 정도 예견됐다. 해당 팀은 공공기관장 임명 때 시가 밝힌 “공공기관의 성과 중심 책임 경영과 사회적 가치 실현”이라는 목표 아래 산하 공공기관의 쇄신 업무를 맡은 실무 부서다.

■강경한 市에 “공공기관 길들이기” 비판도

시가 문화예술 관련 기관의 예산 삭감과 관련, 내년 추경을 통해 추가 편성하겠다고 밝히자 산하 공공기관은 추경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추경 편성의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선 구조조정급의 대대적인 혁신이 선행돼야 한다는 시의 기조는 변함이 없다. 시가 예산을 유보할 것인지, 정말 삭감할 것인지는 해당 기관에 달려있다는 게 시 내부 분위기다.

공공기관 안팎에서는 시가 인사와 예산을 쥐고 공공기관을 길들이려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시쳇말로 ‘멘붕’”이라면서도 “시가 주문하는 혁신과 성과는 공공기관을 전면적으로 개혁하겠다는 것인데, 시의 방침이나 기류에 뭐라고 말을 하기도 굉장히 조심스럽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오 시장의 싱크탱크이자 핵심 브레인인 이정호 원장이 이끄는 부산발전연구원은 산하 공공기관 가운데 가장 먼저 혁신안을 내놓아 눈길을 끈다. 부발연은 ‘시정을 선도하는 시민의 연구원’을 선언하면서 ▷연구와 행정의 분리 ▷연구 성과와 경쟁 유도 ▷연구 윤리 및 연구 평가 조사(심의)위원회 강화 등을 발표했다.

송진영 신심범 기자 roll66@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