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장 단속·처벌강화 지시 속
- “내로남불 행태” 목소리 커
- 강화된 징계도 솜방망이 지적
- “진급누락 등 특단조처 필요”

고(故) 윤창호 씨 사건을 계기로 음주운전자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지만 정작 법질서를 바로 세워야 할 법무부가 ‘제 식구 감싸기’식의 태도를 보여 논란이 인다.

법무부는 최근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부산지검 동부지청 A 검사를 견책 처분했다고 16일 밝혔다.

A 검사는 지난 3월 21일 술에 취해 면허정지 수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08%로 차를 운전했다. 법무부는 검사징계법 제2조 제3호에 따라 “검사로서 위신을 손상했다”며 견책 처분을 내렸다. 견책은 검사 징계 가운데 가장 가벼운 수준으로, 직무에 종사하면서 잘못을 반성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검찰 공무원의 범죄 및 비위 처리 지침은 1회 음주운전 때 혈중알코올농도 0.1% 미만은 감봉, 인적·물적 피해가 있는 교통사고를 일으키면 감봉 내지 정직 처분을 내리도록 규정한다. 이는 지난 6월부터 강화된 지침이다. 이전에는 같은 기준으로 각각 견책 또는 감봉, 감봉 또는 정직 처분에 그쳤다. A 검사는 지난 3월 음주운전이 적발돼 가장 가벼운 견책이 내려졌다.

검찰이 음주운전에 대한 자체 징계 수위를 높인다지만 형사사법기관으로서 여전히 ‘솜방망이 처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과 달리 경찰은 한 차례 단순 음주운전만으로도 정직 이상의 중징계를 내린다. 두 차례 이상 적발되거나 피해가 있는 사고를 내면 강등 또는 해임, 뺑소니를 치거나 근무시간에 음주운전을 하면 파면까지 가능할 정도로 강력하게 처벌한다.

최근 법무부와 검찰 수장이 잇따라 음주운전을 엄하게 처벌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이번 A 검사 처분과 대비돼 여론이 좋지 않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1일 청와대 SNS 방송에 출연해 “음주운전은 살인 행위라는 사회적 인식이 확산될 필요가 있다. 그에 따라 처벌도 강화돼야 한다”고 밝혔었다.

지난 14일에는 문무일 검찰총장이 대검찰청 간부 회의에서 “최근 강력 범죄나 음주운전 등 교통 범죄에 대한 미온적인 법 집행을 우려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높다”며 “검찰의 업무 처리가 범죄로부터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데 부족한 점이 없었는지 진지하게 되돌아보고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정작 자신에게 관대한 ‘내로남불’은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공직에 종사하는 사람, 특히 형사사법에 관련된 사람은 더 강하게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질책했다. 이어 “음주운전 때마다 진급을 누락시키는 등 경각심을 일깨울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법조계의 도덕적 해이는 판사 사회에서도 나타난다. 지난달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이 대법원에서 제출받은 최근 5년간 판사 및 법원 공무원 범죄·징계 현황 자료를 보면 2013년 서울고법 B 판사와 2014년 제주지법 C 부장판사는 음주운전으로 각각 벌금 300만 원과 400만 원을 선고받았다.

또 2016년 인천지법 D 부장판사는 고속도로에서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를 내고 벌금 800만 원을 선고받았는데, 그에 대한 징계는 감봉 4개월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