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해자 부모 “아이 이 부러지고
- 충격으로 그날 기억 전부 잃어”
- 경찰, 가해 학생들 수사 착수

부산에서 몇 개 중학교 학생들이 SNS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폭력 성향이 짙은 모임을 만든 뒤 한 학생을 집단 폭행해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가해 학생들은 피해 학생이 폭행당하는 장면을 촬영하며 조롱하기까지 했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구속 수사 가능성도 언급했다.

	또래 중학생들에게 집단 폭행당한 A군의 앞니가 부러져 있다. A 군 학부모 제공

부산 남부경찰서는 폭력적 모임에서 활동하는 중학생들이 또래 학생을 집단으로 폭행했다는 신고를 받아 수사에 착수했다고 22일 밝혔다. 경찰은 지난 13일 속칭 ‘광안져스’로 불리는 중학생들이 A 군을 주먹 등으로 때리고 이 장면을 사진과 영상으로 찍었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피해 학생 아버지가 신고한 내용을 보면 A 군은 이날 오후 5시께 한 건물 지하 2층 주차장에 끌려가 B 군과 C 군에게 무자비하게 폭행당했다. B, C 군은 각각 이 모임의 대장과 2인자 대접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B, C 군을 포함해 현장에는 모임에 가담한 19명이 있었다. 이들은 카카오톡으로 집단 폭행을 저지를 것이란 소식을 듣고 몰려왔고, 이를 말리기는커녕 구타 장면을 촬영하며 구경했다. A 군의 아버지는 “아이 앞니가 부러지고, 폭행당한 충격으로 그날의 기억을 전부 잃었다. 병원에서는 추가로 기억 상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며 울분을 토했다.

B 군 등이 A 군을 폭행한 이유는 아주 사소했다. A 군의 설명을 들어 보면 그는 B 군의 여자친구가 SNS에서 지인과 댓글을 주고받은 것에 ‘ㅋㅋ’이라는 댓글을 남겼다. 이를 본 B 군은 “왜 내 여자친구에게 웃느냐”며 폭행을 예고한 뒤 이 같은 집단 폭행을 가했다고 A 군은 주장했다.

경찰은 당시 현장에 있던 가해 학생 중 촉법소년(형사책임무능력자)을 제외한 모두를 공동상해 혐의 피의자로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 CCTV를 확인하고 있다. 폭행에 가담한 학생 대부분이 촉법소년 기준인 만 14세 이상이다. 혐의가 얼마나 무거운지를 따져 불구속 입건이나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가해 학생들이 재학 중인 학교들은 ‘광안져스’의 존재를 전혀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청 역시 뒤늦게 사태 파악에 나섰다. 남부교육지원청 관계자는 “가해 학생들이 ‘광안져스’라는 이름으로 활동한다는 걸 알지 못했다. 카카오톡으로 소통해 사전에 파악하기 어려웠다”며 “가해 학생들의 처벌은 오는 26일 피해 학생의 학교에서 열리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서 논의된다. 가담자들이 중학생이어서 퇴학 처분은 못 한다. 전학이나 출석 정지 등 징계 수위가 정해질 것”이라고 했다. 류민하 신심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