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학교가 나노 관련 학과를 경남 밀양캠퍼스에서 양산캠퍼스로 옮기려던 계획을 취소했다. 밀양시의 거센 반발과 교육부의 ‘신중 검토’ 권고가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부산대가 공과대학 정원 추가 감축 방침을 내놔 새로운 논란의 불씨가 지펴졌다.
부산대는 밀양캠퍼스 나노과학기술대학 일부 학과를 양산캠퍼스로 이전하려던 계획을 사실상 중단했다고 23일 밝혔다. 그러나 단과대학인 바이오정보통신기술(BICT)융합대학 설립 등 양산캠퍼스 내 ‘동남권 의생명 특화 단지’ 조성은 예정대로 추진한다.
애초 부산대는 나노과학기술대학의 나노에너지공학과, 광메카트로닉스공학과와 생명자원과학대학의 IT응용공학과를 밀양에서 양산으로 옮기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이는 밀양지역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지난 7일 박일호 밀양시장과 김상득 밀양시의회 의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밀양에 나노융합 국가산단을 만들고 있다. 부산대 나노 관련 학과가 이전하면 악영향을 끼친다”며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2005년 부산대가 처음 국립 밀양대를 흡수 통합할 때도 밀양캠퍼스를 나노·바이오 분야 특화 캠퍼스로 꾸미겠다는 발전 방안을 내놨었다. 경남도의회가 “캠퍼스를 이전해선 안 된다”는 의견을 계속 제기한 것도 부산대의 이번 결정에 영향을 줬다. 부산대 김석수 기획처장은 “지역 여론뿐 아니라 교육부와도 이 문제를 놓고 교감한 끝에 캠퍼스 이전 계획을 사실상 중단했다”고 얘기했다.
나노 관련 학과 이전을 둘러싼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불씨는 남았다. 양산캠퍼스의 ‘동남권 의생명 특화 단지’는 변함없이 추진된다. 의생명공학부 등 2개 학부로 구성되는 BICT융합대학의 설립은 전호환 총장의 취임 공약이다. 부산대는 특화 단지를 위해 감축이 예정된 공과대학의 학생 정원을 추가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공과대학 관계자는 “본래 17명을 줄이려 했다가 현재는 40~50명을 감축하는 쪽으로 논의되고 있다”고 했다. 전 총장은 이 같은 계획에 양해를 구하려고 최근 공과대학 교수들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그러자 일부 공과대 교수가 반발하고 나섰다. 한 교수는 부산대 내부 게시판에 “밀양시장 말 한마디에 나노 대학과의 긴 협의 과정 자체를 하루아침에 없던 일로 하는 것이 올바른가”라며 “부산의 공과대학 학생 정원을 줄여 양산캠퍼스의 단과대학을 신설하겠다는 게 당위성이 있는지 해명해야 한다”고 전 총장을 몰아붙였다. 이에 대해 김 기획처장은 “공과대학을 축소하는 게 아니라 기존 영역을 확대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해명했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