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고 예방 수시 점검은커녕
- 연 1회 정기점검도 엄두 못 내
- 잦은 유출사고에도 속수무책

부산, 경남에 위험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업체가 몰려 있지만 관리·감독 기관의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0일 낙동강유역환경청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화학물질관리법에 따라 낙동강유역환경청의 점검 대상으로 분류된 사업체 수는 부산, 경남지역에만 1700여 개에 달한다. 이 중 1150개의 업체가 부산에 있으며 사상구(340개), 강서구(230개), 사하구(150개) 등지에 밀집해 있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관련법에 따라 이들 업체를 상대로 1년에 한 차례 정기 점검을 실시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딴판이다. 낙동강유역환경청 화학안전관리단의 조사 인력은 4명에 불과하다. 직원 1명이 425개 업체를 점검해야 한다. 직원이 1년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1개 업체를 점검한다 해도 모든 업체를 점검할 수 없는 실정이다. 정부 기관이 위법을 자행하고 있는 셈이다. 부산, 경남지역에서의 화학 물질 관련 사고는 운에 맡겨져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낙동강유역환경청 내부에서도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환경청 관계자는 “인력 부족으로 화학 사고 위험성이 높은 지역과 업체를 대상으로 수시 점검은 고사하고 정기 점검조차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위험 화학물 취급업체에 대한 정기 점검은 낙동강유역환경청 고유 업무여서 화학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환경청의 조사 인력을 크게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환경부는 당장 조사 인력을 늘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화학안전관리단 직원 충원이 필요하다는 건 알고 있지만 빨라야 2020년에나 충원이 가능할 것 같다”면서 “내년 3~4월 각 유역청 관계자가 만나 인력 확충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가 관련 인력 충원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면서 지자체는 우려가 크다. 화학사고가 잇따라 발생해 주민이 숨지거나 크게 다쳐도 지자체로선 아무런 권한이 없어 사실상 손을 놓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낙동강유역환경청과 환경부에 화학 사고 예방 및 단속 강화를 거듭 요청했으나 눈에 띄는 변화가 없다. 권한을 지자체에 나눠 준다면 훨씬 효율적으로 점검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조만간 낙동강유역환경청과 환경부가 함께 모이는 회의에서 문제를 지적하고 해결책 마련을 촉구할 방침이다.

임동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