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말 회식문화 쇄신 지침 밝혀
- 市, 감찰반 꾸려 집중 감시
- 일반기업체도 흥청망청 자제

최근 잇단 일탈로 물의를 빚은 부산경찰이 연말 회식문화를 쇄신하는 ‘음주 3무(無)’ 운동을 펼친다. 술자리에서 신체 접촉을 금지하고, 상급자가 직원의 귀가를 확인하는 등 일선 공공기관이나 기업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부산경찰청은 연말 회식 때 음주운전, 음주 폭행, 음주 성 비위 등을 근절하는 음주 3무 운동을 시작한다고 14일 밝혔다. 부산경찰청은 이를 위해 회식 전과 중간, 이후로 나눠 ‘음주 3무’ 지침을 만들고 일선 경찰서에 보냈다.

그 내용을 보면 충분한 시간을 두고 회식 일정을 알리고, 참여 여부는 전적으로 직원 개인의 의사에 맡긴다. 또 각 부서장은 음주가 예상되는 날 전 직원에게 차량 이용을 자제하도록 교육해야 한다. 부산경찰청은 1가지 술로 1차까지만 2시간 이내로 회식하는 ‘1-1-2’ 기준도 만들었다. 이 밖에 동료 간 술을 강권하면 안 되며, 언어나 신체 접촉을 통한 성차별 성희롱도 금기다. 민간인과 술자리를 삼가야 하나 피할 수 없을 땐 각자 술값을 내야 하며, 회식 뒤 최상급자나 최선임자는 음주자의 대리운전 및 택시 이용을 통한 귀가를 확인할 책임이 있다.

이용표 부산경찰청장은 “직원이 ‘회식문화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게 하겠다. ‘건전한 음주문화 정착’을 주제로 한 웹툰·사진·사행시 공모전 등의 캠페인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찰의 쇄신 다짐은 끊이지 않는 ‘자체 사고’ 때문이다. 지난달 1일 A 경정이 술에 취해 병원 응급실에서 간호사에게 욕설하고, 이를 제지하는 직원과 의사를 폭행하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지난 10월에는 일선 경찰서 지구대 B 경위가 술 취해 백화점 후문 하역장에 놓인 납품 상자를 뜯고 운동화 3켤레를 훔쳤다가 덜미를 잡혔다. 또 지난 6월에는 C 순경이 만취해 승용차를 몰다 음주운전 단속에 걸렸다.

경찰뿐 아니라 다른 기관과 기업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확인된다. 부산시는 연말연시 공직 기강 확립을 위한 감사 계획을 세우고, 그 내용을 16개 구·군과 공기업 출자·출연기관에 전달했다. 이에 시 감찰반은 공무원과 기관 직원의 음주 소란, 성추행, 갑질 등 비위를 중점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부산지방공단 스포원 등 공공기관과 구·군은 자체 감사와 함께 직원에게 회식 대신 공연 관람, 공원 방문 등의 일정을 잡도록 권하고 있다. 또 롯데백화점은 3주간 쿠킹클래스를 열어 남성 직원이 직접 만든 음식을 가족과 나눠 먹도록 독려했다. 롯데카드와 롯데시네마도 직원끼리 조촐하게 식사하는 것으로 송년회를 대체했다. 에어부산은 매년 하던 송년의 밤 행사를 클래식 콘서트 관람 위주로 짜 저녁 식사 전 마치도록 했다.

지역의 한 기업 관계자는 “일과 여가의 균형을 강조하는 ‘워라밸’ 추세에 맞춰 흥청망청 마시는 송년회가 줄었다”며 “음주와 관련해 여러 가지 좋지 않은 사건으로 윤창호법이 제정되는 등 사회적 분위기가 영향을 준 것 같다”고 했다.

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