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화했다는 첨단보안 시설 무색
- 시험기간이라 출입 통제도 소홀

부산대학교가 2013년 기숙사에 괴한이 침입해 잠자던 여학생을 성폭행(국제신문 2013년 8월 31일 자 1·5면 등 보도)한 이후 최첨단 보안 시설을 갖춘 기숙사를 새로 만들었지만 또다시 외부인이 들어가 여학생을 성추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16일 성추행 사건이 발생한 부산 금정구 부산대학교 여학생 전용 기숙사 ‘자유관’ 앞을 한 학생이 지나가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부산 금정경찰서는 금정구 장전동 부산대 기숙사인 ‘자유관’에서 여학생 A 씨를 추행하고 폭행한 혐의(주거 침입·성폭력 방지 특별법 위반)로 20대 남성 B 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16일 밝혔다. B 씨는 이날 새벽 1시30분께 술 취해 자유관에 침입한 뒤 복도에서 마주친 A 씨에게 강제로 입을 맞춘 혐의를 받는다. B 씨는 또 A 씨가 저항하자 주먹으로 얼굴을 때렸다.

경찰 조사 결과 부산대 학생으로 알려진 B 씨는 앞서 다른 여학생이 출입카드를 찍고 기숙사에 들어갈 때 뒤따라 침입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범행이 벌어진 자유관은 여학생 전용 기숙사로, 남성은 출입할 수 없는 곳이다. 당시 자유관에 있던 여학생들은 비명을 듣고 경찰에 수차례 신고했으며, 일부 학생은 ‘누군가 문을 두드리고 열려고 해 겁난다’는 글을 SNS에 올렸다. 자유관엔 경비원 1명과 시설관리자 1명이 야간 근무를 하지만, 새벽 1시부터 오전 5시까지 휴식을 취해 B 씨의 침입 사실을 뒤늦게 눈치챈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B 씨가 현행범으로 체포될 때까지 기숙사 내 여학생들은 공포에 떨어야 했다. 경찰은 B 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부산대는 2013년 성폭행 사건 이후 자유관을 리모델링하고 여학생 전용 기숙사로 바꿔 올해 2학기부터 개관했다. 부산대는 1380명을 수용하는 자유관에 최첨단 보안 시설을 설치했다고 홍보했지만, 개관 6개월도 안 돼 이번 사건이 벌어졌다.

특히 자유관은 기말고사 시험 기간이라 출입 통제가 지난 8일부터 오는 22일까지 한시적으로 완화된 상태였지만, 이에 맞춰 경비원을 추가 배치하는 조처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설 경비 시스템도 별다른 역할을 못 했고, 기숙사 내부 CCTV는 사후 증거자료로만 쓰였다.

부산대 측은 “평소엔 새벽 1시까지 경비원이 기숙사 앞을 지키고, 그 이후에는 출입카드가 있어도 출입할 수 없다. 하지만 시험 기간엔 도서관에서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학생들을 배려해 새벽 1시 이후에도 출입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꾸면서 사각지대가 생긴 것 같다”며 “시험 기간에도 출입 통제를 유지하거나 경비원 수를 늘려 보안을 강화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해명했다. 황윤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