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옥희 교육감 철학과 배치 논란

울산시교육청이 기초학력이 부진한 초·중학생의 학습을 지원하는 내년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을 강조해온 노옥희 교육감의 교육철학과 맞지 않고, 의무교육 대상 학생의 기초학력을 외면하는 처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3일 시 교육청 내년 예산을 보면 ‘학력 향상지원 사업비’가 16억4646만 원으로 책정됐다. 올해 51억5588만 원보다 35억942만 원(68.1%)이나 삭감된 것이다.

이 예산은 기초학력이 부진한 초·중학생들의 학습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올해 이 예산으로 초등학교에서는 방과 후에 외부 강사나 교원 등이 참여해 두드림 학교 운영, 차오름·아우르미 학습공동체 사업, 1교사 1멘토제 등이 진행됐다. 두드림 학교는 왕따 등 요인으로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을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차오름·아우르미 학습공동체 사업은 강남과 강북교육지원청이 두드림 학교를 진행하지 않는 곳에서 학습 부진 학생의 공부를 도우려고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관련 예산이 대폭 삭감되면서 내년에는 이런 사업에 큰 차질이 예상된다. 시 교육청은 내년 모든 사업을 두드림 학교로 통합, 전체 초·중학교로 확대하고 학교마다 550만 원 지원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선 교사들은 학습 부진 학생이 많은 학교는 예산 부족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올해 울주군 A 초등학교는 부진 학생 지도 사업비 1680만 원, 두드림 학교 운영비 500만 원 등 2180만 원으로 관련 사업을 운영했는데, 내년에는 4분의 1수준으로 준다. 교사 B 씨는 “도·농 복합지역은 학습 부진 학생이 도심보다 많다. 학교 사정은 고려하지 않고 예산을 일률 배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시 교육청 관계자는 “관련 사업이 중복·비효율적으로 집행되는 경우가 많았다.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자는 취지이며, 학교별 여건에 따라 예산이 부족한 곳은 정부 특별교부금이나 추가경정예산 등을 지원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방종근 기자 jgba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