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자 규격 1.5 → 1㎏ 축소 추진
- 중매인 경매 거부로 초유 사태
- 일각 “수협, 조합장 선거 의식”

국내 유일의 멸치잡이 수협인 경남 통영의 ‘멸치권현망수협’이 새해 들어 위판 상자 규격을 줄이려 하자 중매인이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위판이 사흘 동안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6일 남해안 멸치잡이 선주들의 단체인 멸치권현망수협에 따르면 마른멸치 위판이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중단됐다. 수협 측이 올해부터 위판 상자 규격을 1.5㎏에서 1㎏으로 줄이려 하자 중매인들이 경매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 수협의 모태는 1919년 설립된 광도온망어업조합으로, 100년 동안 위판 중단은 처음이다.

수협은 멸치잡이 선단의 인건비와 유류비 상승 등 출어경비가 늘어나고 있지만, 멸치 가격은 십수 년째 그대로여서 경영난을 극복하기 위해 양을 줄여 위판하기로 지난해 연말 총회에서 결정했다. 작은 포장을 선호하는 소비 경향도 고려한 결정이다. 멸치잡이 업계는 위판 상자 축소가 중매인이 어업인보다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하는 구조를 개선할 효과적인 방안으로 본다.

하지만 중매인들은 같은 가격인데도 멸치 양이 줄어 수익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우려된다며 격렬하게 반발한다. 더구나 중매인과 충분한 조율도 없이 수협 측이 위판 상자 규격 축소를 강행한 탓에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일각에서는 오는 3월 수협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수협이 조합원인 멸치선단 선주의 표를 의식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수협과 중매인은 긴급 간담회를 열고 지난 5일 새해 첫 위판에 들어갔다. 그러나 양측의 조건을 받아들여 1㎏과 1.5㎏ 상자에 든 멸치가 동시에 위판되는 기이한 사태가 빚어졌다. 이날 평소보다 적은 4만여 상자의 멸치가 위판됐다. 상자당 가격은 평소와 비슷한 3000~1만3000원이었다. 그러나 6일 휴장을 거쳐 7일부터 위판 물량이 대거 쏟아질 것으로 보여 가격 폭락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 특히, 멸치권현망수협은 국내 마른멸치 유통량의 60%를 공급하고 있어 갈등 사태가 길어지면 멸치 수급에도 차질이 우려된다.멸치권현망선단은 5척(본선 2척, 어탐선, 가공선, 운반선)이 한 통을 이루고, 본선 2척이 멸치를 그물로 에워싸 잡는 방식이다. 현재 선주 52명이 조합원으로 가입해 있다.

박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