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청장 “구정에 정치논리 개입”
- 일부 구의원 “집행부 불통 책임”

주민과의 소통 과정을 생략한 채 계획을 변경해 행정의 연속성과 신뢰를 무너뜨렸다는 지적(국제신문 지난달 12일 자 보도)을 받은 부산 남구의 보건소 증축 계획이 끝내 무산됐다.

남구는 지난 14일 열린 구의회 제1차 본회의에서 보건소 증축사업안이 찬성 7표, 반대 1표, 기권 6표로 부결됐다고 20일 밝혔다. 이에 따라 보건소 증축 예산으로 이미 확보한 국·시비 24억2000만 원은 반납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남구는 앞서 2016년 6월 대연동 민방위훈련장 부지에 복합청사를 건립해 현재 보건소를 통합 이전하는 보건소 신축 이전 계획을 수립했지만 지난해 7월 예산이 과다하게 증가했다는 이유로 ‘증축’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신축 이전 계획 수립 당시 예산은 116억 원이었지만, 공사 지연과 부지 지반 문제로 인한 공사비 추가로 예산이 176억9000만 원으로 증가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남구는 기존 계획을 백지화하는 과정에서 공청회 등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아 반발을 샀다. 남구는 지난달 구의회에 증축안을 상정한 뒤에야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보건소 증축사업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남구는 사면초가에 놓이게 됐다. 증축안 대신 신축 이전안을 다시 추진하기에는 여러 가지 걸림돌이 많기 때문이다. 남구 관계자는 “사업비가 애초 계획보다 30% 이상 증가한 사업은 재정심사를 다시 받는 등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 현재 구 예산으로는 사업을 추진할 수 없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구 집행부와 의회가 책임 공방을 벌이기에 이르렀다. 박재범 남구청장은 “(야당 구의원들이) 명확하게 반대를 하는 것도 아니고 기권표로 증축안을 부결시킨 것은 유감스럽다”면서 “생활 정치를 펼쳐야 할 구정에 정치 논리가 개입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남구의회 서성부(자유한국당) 총무위원장은 “보건소 신축을 위해 설계 용역비로 이미 4억 원가량을 썼다. 사실상 착공에 들어간 사업을 갑자기 뒤집은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주민과의 소통 없이 계획을 변경한 구 집행부가 책임져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류민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