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거운동 방법 등 엄격히 제한
- 인지도 부족한 신인에게 불리

- 농림부 개정안 국회서 계류 중

다음 달 13일 실시되는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경남에서만 입후보자 3명이 금품 제공혐의로 수사기관에 고발되는 등 ‘돈 선거’ 조짐이 일고 있다. 관련법이 선거운동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제한하는 바람에 인지도를 쌓기 어려워진 후보들이 불법을 저지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남도 선거관리위원회는 거제시 모 조합장 A(59) 씨를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위반혐의로 창원지검에 고발했다고 7일 밝혔다. A 씨는 이번 전국동시 조합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로, 지난 1월 조합원 8명에게 10만 원권 상품권을 준 혐의를 받는다.

지난 1월에는 진주에서 조합장 입후보 예정자 B 씨가 경로당을 돌며 11만 원 상당의 음식물을 제공한 혐의로 고발됐다. 지난달 22일에는 함양에서 조합장 입후보 예정자 C 씨가 지역 주부모임에 찬조금 20만 원을 내고 60만 원 상당의 음식물을 제공한 혐의로 고발됐다.

이들은 이번 전국동시 조합장 선거의 입후보 예정자이거나 출마자다. 이 선거에서는 농협 수협 산림조합 등 전국 1300개 조합의 장을 뽑는다. 과거에는 조합별로 조합장 임기에 따라 선거를 치렀으나 국회가 ‘선거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로 농업협동조합법 등을 개정했고, 2015년부터 전국 동시 선거로 바뀌었다.

일각에서는 관련법이 선거운동 방법을 지나치게 까다롭게 제한한 게 과열 혼탁 선거 양상을 띠는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합장 선거는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치러지는데, 이에 따르면 선거운동은 후보자 본인만 할 수 있다. 예비 선거운동 기간은 없고, 선거운동기간은 투표 전 14일밖에 되지 않는다. 또 후보자의 연설, 공개토론은 금지됐다. 인터넷을 이용한 선거운동은 해당 조합의 홈페이지에서만 할 수 있다.

이 규정을 그대로 따르면 후보자가 자신을 알리기 쉽지 않다. 특히 신인들 사이에서는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큰 현직 조합장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규정이라는 불만도 나온다. 얼굴을 알리려다 보니 돈 선거의 유혹에 흔들리기 쉽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정책발표 기회 제공 등 선거운동 방식의 종합적인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려고 농림축산식품부가 법 개정을 추진했다. 지난해에는 농촌 지역 출신 국회의원이 ▷예비후보자제도 신설 ▷배우자의 선거운동 허용 ▷정책토론회 허용 등을 주 내용으로 하는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계류 중이다”고 말했다. 김인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