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병원 부부 교수가 직원에게 폭언 등 ‘갑질’을 했다는 의혹(국제신문 지난 15일 자 9면 보도)과 관련해 병원 측의 늑장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부산대병원은 최근 교육부 관계자 등과 함께 A 교수 부부 폭언 의혹에 관한 긴급회의를 열었다고 17일 밝혔다.

이날 회의 내용과 노조의 설명을 종합하면 병원 측이 임상병리사 B 씨의 폭언 피해를 인지한 건 지난해 10월이다. 이어 고충처리위원회 등이 열렸지만, 병원은 오히려 B 씨를 직위 해제했다. 그러나 같은 병동 간호사들이 A 교수 부부의 폭언을 증언하면서 B 씨의 징계는 보류됐고, 대신 A 교수 부부는 보직 해제 조처를 받았다.

하지만 A 교수 부부는 이후에도 정상적으로 근무했다. 교수에 대한 임명·징계권이 부산대 총장에게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병원은 부산대에 A 교수 부부의 징계를 공식적으로 요구하지 않았다.

병원 관계자는 “의료기관 인증 등 바쁜 일정 탓에 신경 쓰지 못했다. 교육부가 사실관계를 파악했으니 조만간 학교를 통해 징계가 내려질 것으로 본다”고 해명했다. 부산대병원은 현재 교육부로부터 신임 병원장 승인도 받지 못한 상황이다.

정재범 노조위원장은 “병원장이 교체되는 시점이라는 이유로 시간을 끌 게 아니라 당장 A 교수 부부를 중징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수사 가능성을 시사했다. 서부경찰서 관계자는 “간호사들의 진술서 등이 확보되거나, 당사자 고소가 있으면 수사를 진행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