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째 오빠 박문희 선생 이어
- 중국서 항일운동하다 옥사한
- 둘째 오빠 박문호 선생도
- 부산보훈청에 유공자 신청

3·1운동 100주년을 맞은 올해 부산에서 한 집안이 독립유공자 3명을 배출하는 기록이 나올지 관심을 받는다.

왼쪽부터 박문희, 박문호, 박차정

부산보훈청은 지역 독립운동가이자 여성 의열단원인 박차정 의사의 둘째 오빠 박문호(1907~1934) 선생의 독립유공자 신청이 최근 이뤄졌다고 18일 밝혔다. 부산보훈청 관계자는 “이르면 다음 달 1일 3·1절을 기념해 국가보훈처로부터 서훈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박문호 선생의 독립유공자 신청은 박차정 의사의 첫째 오빠 박문희(1901~1950) 선생의 자녀 박의영(전 경성대 교목) 목사를 통해 성사됐다. 박 목사는 “문호 삼촌은 후손이 없다. 선대 업적을 정리하기 위해 신청했다”고 전했다. 박문희 선생 또한 지난해 11월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았다. 만약 박문호 선생이 이번에 유공자 서훈을 받으면 부산에서는 유일하게 한 집안이 독립유공자 3명을 배출한 사례가 된다.

박문희·문호 선생은 부산 동래 출신으로, 박차정 의사의 남편 김원봉 의열단장과 함께 독립운동을 했다.

박문희 선생은 1925년 동래청년연맹 집행위원으로 활동하고, 1929년 12월 신간회 상무위원으로 항일격문을 배포했다. 그는 이후 1932년 8월 김원봉 선생으로부터 남경군관학교 훈련생 모집을 요청받고 국내로 들어와 경상도와 경기도 일원에서 훈련생을 모았다. 이런 공훈을 인정받아 지난해 건국훈장 애족장에 추서됐다.

박문호 선생은 중국에서 망명 투쟁을 펼쳤다. 의열단 간부로 활동하던 중 일제에 검거돼 옥사하는 등 항일운동에 목숨을 바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목사는 지난 정권 때 몇 차례 박문희 선생에 대한 공적 조서를 냈지만, 뚜렷한 이유 없이 인정받지 못했다. 박문희·문호 형제가 김원봉 선생과 항일투쟁을 해 사회주의 계열과 연관이 있을 거라는 추측이 있었기 때문이다.

박 목사는 “아버지는 공산주의가 아닌 사회 계몽운동 계열”이라고 설명했다. 김원봉 선생은 독립운동가이지만, 북한 정권 출범의 공신으로 독립유공자에서 제외됐었다. 그런데 지난해 6월 보훈처가 사회주의 활동 경력 인사도 북한 정권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았다면 독립유공자 포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밝힘에 따라 박문희 선생의 수훈으로 이어졌다. 이런 점에서 박문호 선생의 수훈 가능성도 커졌다.

현재 부산에서 한 집안 내 독립유공자를 다수 배출한 사례는 한흥교·한형석 부자가 있다. 한흥교 선생은 동래 출신으로, 항주 및 북경의학전문학교 교수로 재직하던 중 1912년 상하이에서 독립운동가들의 의료를 전담했다. 또 1919년 3·1운동 후 전광신보사 등 창립에 참여해 중국 각지에 신문을 발송하고, 독립정신을 고취했다. 한형석 선생은 부친을 따라 상하이 신화예술대학에서 수학하고, 1944년 광복군 제2 지대 선전대장에 선임돼 항일가곡을 작곡하는 등 항일정신을 견고히 하는 데 영향을 줬다.

황윤정 기자 hwangyj@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