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측 간 정보 공유 부분은 인정

면허 대여 약국과 의약품 불법 유통을 감시하는 부산지역 보건소 공무원이 상습적으로 약사회에 단속 정보를 유출해온 사실이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다.

부산지법 형사4부(서재국 부장판사)는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A(43) 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19일 밝혔다. ‘단속 정보가 수시로 공유됐다는 점에서 누가 정보를 흘렸는지 알기 어렵다’는 게 무죄 취지다.

보건소 공무원인 A 씨는 2016년 9월 부산시가 부산시약사회 임원 약국을 합동 점검한다는 공문을 보고 시약사회장에게 점검 일시와 장소를 알려줬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1심은 A 씨가 합동 점검 공문을 받고 얼마 뒤 시약사회장과 카톡으로 대화한 사실이 있고, 1분 뒤 약사회 임원 단체 카톡방에 단속 정보가 공유된 점 등을 근거로 혐의를 인정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A 씨와 시약사회장 사이 카톡 대화 내용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간접·정황 증거만으로는 유죄로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제3자로부터 합동 점검 일자를 알거나 일정이 변경된 사실을 알았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특히 “그동안 시약사회와 보건소는 친분 등의 이유로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단속 정보를 공유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 사건 이전에도 시약사회 임원 카톡방에서는 단속 정보와 일정이 공유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실제 재판 과정에서 한 임원의 휴대전화에서 A 씨가 단속 정보를 유출했다고 의심받은 시점 이전에 이미 다른 보건소 담당자로부터 이 내용을 전달받은 문자메시지가 확인되기도 했다. 또 시약사회장은 다른 시 공무원과 무자격자 의약품 판매 등에 관한 대화를 나누면서 2016년 9월 말 단속 계획을 알려준 사실이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