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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을 보행친화 도시로 <9> 동래읍성 뿌리길

삼한시대~근현대… 3㎞ 발길 닿는 곳마다 역사의 향기

  • 국제신문
  • 오광수 기자 inmin@kookje.co.kr
  •  |  입력 : 2019-02-21 19:48:44
  •  |  본지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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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철도 1호선 동래역서 출발
- 임란 때 치열한 전투 동래읍성
- 장관청·동래부 동헌 등 둘러보며
- 조선시대 군사 요충지 위엄 느껴

- 지배층 무덤 복천동고분군 가면
- 철기문화 꽃피운 가야의 흔적이

- 대부분 콘크리트·보도블록 포장
- 일부 구간 차도·인도 구분 안 돼

예부터 부산 동래 사람들은 근대 개항 이후 새롭게 성장한 남포동, 광복동 등 ‘초량’으로 갈 때 ‘내려간다’고 표현했다. 동래가 부산의 중심지라는 자부심이 자리 잡고 있다. 사실 동래 지역은 ‘부산의 뿌리’를 이룬 곳이다. 그래서 동래 지역 문화유산을 한데 모아 만나는 ‘뿌리길’ 탐방 코스를 택했다.

도시철도 1호선 동래역에서 출발해 동래읍성 임진왜란역사관, 장관청, 동래부 동헌, 복천동고분군과 복천박물관, 동래읍성지 북문 등지로 이어지는 구간이다. 총연장 3㎞로 비교적 짧지만, 타임머신을 타듯 고대와 근현대 역사 현장을 넘나들게 된다.
전체 보행 구간의 대부분은 콘크리트와 보도블록 등으로 포장된 도로이다. 다만 송공단에서 복천동 고분군으로 가는 일부 구간에는 보행로와 차도가 구분되지 않아 불편하다. 그럼에도 전반적으로 탐방로의 보행 여건은 좋다. 동래구가 오랜 기간 지역의 문화유산을 갈고 닦은 결과다.
   
복천박물관에서 바라본 복천동고분군 일대. 이 고분군은 삼한·삼국시대인 기원 전후에서 5세기대에 주로 만들어진 지배층의 무덤이다. 박수현 선임기자 parksh@kookje.co.kr
■ 제자리 돌아온 동래부 ‘상징’

도시철도 1호선 동래역 2번 출구에서 출발한다. 주상복합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도시철도 4호선 수안역 쪽으로 꺾이자마자 한 표지석과 만난다. 삼성대 터 표지석이다. ‘안(安) 송(宋) 옥(玉) 등 3성(姓)의 시조가 거주한 땅’이라는 뜻이다. 대동병원과 메가마트 일대는 삼성대 마을로 불렸다. 그렇지만 도심의 도로 옆에 있는 듯 없는 듯 서 있는 표지석은 안쓰럽다.

이어 도시철도 수안역 역사 내 동래읍성 임진왜란역사관. 역사 건립 과정에서 확인된 동래읍성지의 남문 부근 해자에서 출토된 인골, 갑옷과 무기 등을 전시하는 곳이다. 임진왜란 당시 동래성 전투가 얼마나 치열하고 처절했는지를 보여주는 타임캡슐인 셈이다. 발굴된 인골은 81개체에서 114개체. 이 중 칼에 베인 흔적이 뚜렷한 두개골이 4개체, 조총 또는 활에 맞은 상흔이 있는 두개골이 2개체, 둔기에 맞아 함몰된 두개골이 2개체 확인됐다.

1592년 4월 14일 부산진성을 무너뜨린 왜군 2만 명은 다음 날 동래성으로 치달았다. 동래부사 송상현을 중심으로 읍민이 결사 항전했지만 중과부적. 동래성 전투에서 3000명 넘게 숨졌다. 동래성은 폐허가 됐다. 현재 동래읍성지 북문 앞에 세워진 내주축성비는 임란 때 무너진 동래읍성을 대대적으로 보수한 것을 기념해 1735년 건립한 것이다. 원래 읍성 남문 밖에 세워졌으나 일제강점기에 동래금강공원 내 독진대아문 뒤쪽으로 옮겨졌는데, 2012년 10월 지금의 자리로 돌아왔다고 한다. 참으로 기구하다.

비슷한 사연은 또 있다. 동래구청 가는 길, 옛 동래부 군장관들의 집무소인 장관청을 지나 동래시장 쪽 동래부 동헌(지금의 시청에 해당)에서 만나는 망미루와 독진대아문이다. 망미루는 1742년 동헌 앞에 세웠던 문루로, 누각 위에 동래성 4대문을 여닫는 시각과 정오를 알리는 큰북이 걸렸다고 한다. 하지만 이 역시 1930년께 금강공원 주변으로 옮겨졌다가 2014년 12월 지금의 자리(동헌 정면 왼쪽)로 왔다. 조선시대 동래부가 군사적 요충지임을 잘 보여주는 독진대아문은 전형적인 관아의 대문인데, 애초 망미루 뒤쪽에 있었으나, 1930년께 금강공원으로 이설된 뒤 2014년 8월 제자리로 돌아왔다.
   
■ ‘철의 왕국’ 가야와 마주하다

송공단에서 우성베스토피아아파트 쪽으로 걷다가 목욕탕 앞에서 오른쪽 복천동고분군 산책길로 들어선다. 복천동고분군은 삼한·삼국시대인 기원 전후에서 5세기대에 주로 만들어진 지배층의 무덤이다. 그동안 8차례 발굴조사 등을 통해 갑옷과 투구, 덩이쇠(철정), 가지방울, 토기 등 1000여 점이 나왔다. 부산에서 철기문화를 꽃 피웠던 가야의 역동적인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자료들이다. 복천박물관 제2전시실에 전시된 중무장 무사와 말의 갑옷을 재현한 모형만 봐도 ‘철의 왕국’ 가야가 어떠했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복천동고분군 야외전시관에는 구덩식 돌덧널무덤(석곽묘)인 53호분(5세기 중엽)과 덧널무덤(목곽묘)인 54호분(4세기 말)의 노출 상태를 볼 수 있다. 53호분에는 덧널무덤 방식의 부곽이 딸렸는데, 여기서 순장자로 추정되는 인골의 흔적이 확인됐다. 54호분 역시 순장자의 매장이 추정되는 무덤이다.

복천박물관의 정문 오른쪽 산길로 오른다. ‘마안산 8’ 표지목을 지나 동래사적공원에서 시간여행을 마친다. 이곳에는 학소대 터, 장영실 과학동산, 내주축성비, 동래읍성 역사관 등이 있어 둘러볼 게 많다.

오광수 기자 inmin@kookje.co.kr 걷고싶은부산·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 상임이사

※공동기획:부산시·국제신문·(사)걷고싶은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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