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솔사 명상의 숲길을 걸었다면 가까운 곤양면 소재지에 있는 곤양 향교를 찾아보는 것도 좋다. 세종 초에 건립됐다고 알려진 이곳은 전통문화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공간이다. 매달 음력 초하루와 보름이면 삭망제(朔望祭)를 올리고, 봄과 가을에는 석전제(釋奠祭)를 봉행한다. 이 같은 전통행사 외에도 이달 말부터 매주 수요일에는 인문학 강좌를 열어 문묘에 배향된 인물의 행적을 살펴보고, 오는 4월 중순부터는 ‘향교야 놀자’라는 주제의 1박2일 인성교육을 펼친다. 또 다음 달 말부터 6월까지 매주 화요일에는 성균관식 다례강좌를 열고 5, 6월에는 전통 한지 공예 체험교육을 실시한다.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명륜당 마루에 걸터 앉아 하늘을 쳐다보며 지친 마음을 쉬어가는 것도 좋다.

	사천 곤양향교 풍화루

향교에서 서포면 방향으로 1㎞가량을 가다 보면 길 오른쪽에 ‘퇴계이선생장구소(退溪李先生杖屨所)’라는 표석이 있는 작도정사가 있다. 벼슬길에 오르기 전의 퇴계 선생이 곤양 군수 관포(灌圃) 어득강(魚得江)의 초청으로 내려와 머물렀던 곳이다. 31살 아래인 퇴계의 학문과 덕망을 일찌감치 알아본 관포가 ‘나이를 초월한 친교’를 맺고 싶어 편지를 보냈는데 퇴계가 이에 응해 안동에서 출발한 지 한 달여 만에 곤양 땅을 찾았다. 글을 하는 선비는 나이를 따지지 않았던 모양이다. 작도정사에서 이런 선비의 기상을 느껴보는 맛도 좋다.

배가 출출하고 새로운 눈요기를 원한다면 서포면 비토섬까지 달려보자. 본래 섬이었으나 연륙교가 놓여 육지가 됐는데도 섬으로 불린다. 별주부전의 무대인 이곳에는 지금도 토끼섬, 거북섬, 별학도, 월등도 등지가 있다. 최근에는 해양낚시공원과 오토 캠핑장이 생겨 연중 낚시와 레저를 즐길 수 있고 별주부전 테마파크도 볼거리다. 이완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