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구, 설치 기본 설계 용역 발주
- 상인 “관광객 줄어들 것” 반대
- 주민 “보행 불편 해소” 찬성
- 구 “공청회 열어 여론 수렴”

부산 중구가 지역 명소인 ‘소라계단’을 허물고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소라계단이 사라지면 골목이 특색을 잃어 상권이 침체될 수 있다는 반대 여론과 보행 편의가 우선돼야 한다는 찬성 여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철거를 놓고 찬반 여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부산 중구 대청로 ‘소라 계단’의 모습.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중구는 최근 40계단 문화관광 테마거리 일원에 복지형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하기 위한 기본·실시설계 용역을 발주했다고 4일 밝혔다. 중구 관계자는 “소라계단을 허물고 그 자리에 엘리베이터를 운영하는 것을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소라계단은 중구 중앙동과 동광동 인쇄골목 사이에 있는 나선형 경사로를 말한다. 부산항을 상징하는 소라 모양을 본떠 만들었고, 2004년 40계단 문화관광 테마거리에 포함됐다. 부산 관광안내 책자에도 중구 명소로 소개돼 있다. 하지만 인근에 노약자와 장애인이 다수 거주해 보행이 불편하다는 민원과 함께 엘리베이터 설치에 대한 목소리가 종종 나왔다. 현재 노인과 장애인이 고지대에 있는 거주지로 가려면 계단을 이용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올해 중구청장의 동 순방 때도 엘리베이터가 필요하다는 건의가 제기됐고, 이에 중구가 검토에 나섰다.

이를 두고 인근 상인을 중심으로 반발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소라계단 근처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소라계단을 약속 장소로 삼고 방문하는 시민이나, 계단을 보려고 이 인적 드문 골목을 찾는 관광객이 많다”며 “골목에 특색 있는 명소가 사라지면 유동인구가 줄어 상권이 침체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또 다른 상인은 “지역에 명물 하나를 만들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금방 지었다가 허물어버리는 건 아깝다”고 주장했다.

반면 주민 보행 편의가 더 중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볼거리나 골목 미관에 치중해, 주민 불편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동광동 주민 송모(62) 씨는 “소라계단이 일직선이 아닌 나선형이라서 훨씬 더 돌아가야 해 어지럽고 불편하다. 그래서 소라계단을 이용하지 않고 아예 다른 길로 가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제 기능을 못 하는 소라계단을 엘리베이터로 바꿔 주민 복지를 증진하는 게 필요하다는 논리다. 이 일대에는 40계단과 소라·반달계단이 있다. 40계단은 역사적 의미를 지닌 만큼, 엘리베이터를 만들려면 소라·반달계단 중 하나를 없앨 수밖에 없다.

중구 관계자는 “휠체어를 타고는 소라계단을 이용할 수 없다. 중구 지형은 대부분 고지대이고 노인 인구도 많지만, 복지형 엘리베이터는 부족하다”며 “용역 과정에서 공청회를 열어 주민 여론을 충분히 수렴하겠다”고 설명했다.

황윤정 기자 hwangyj@kookje.co.kr